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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 / 폐암 신약 "이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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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 / 폐암 신약 "이레사"

입력
2003.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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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8개월새 170여명 사망2002년 7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이레사의 시판허가를 내준 일본에서 이레사 복용환자 2만3,000여명 가운데 간질성 폐렴으로 173여명이 사망했다는 보고(1월31일)이후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측이 부작용 사실을 은폐 혹은 허위보고 했다는 일본 언론들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당초 2월로 예정돼있던 허가여부 심사를 5월로 미루었으며, 한때 조기시판을 유력하게 검토했던 우리나라 식약청(중앙약사심의위원회)도 FDA승인 후 국내 시판허가를 해도 하겠다는 입장이다. FDA는 2차 암치료제(일본)대신 3차 암치료제로 허가를 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이제까지 '동정적 사용 승인 계획' (EAP:시판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말기 암환자가 원할 경우 마지막 치료를 주기위해 무상으로 약을 공급하는 제도) 아래 이레사를 복용한 폐암환자는 모두 637명(2001년 12월∼ 1월말 현재). 이 가운데 현재 약을 복용 중인 환자는 397명이며, 240명이 이미 사망(64명)했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복용을 중단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에서는 간질성폐렴으로 인한 이레사 부작용 사례 보고는 한건도 없다.

과대포장된 약효와 부작용

식약청은 일본 후생노동성에 문의한 결과 '이레사를 투여 받은 환자에게서 간질성 폐질환이 관찰됐으나, 어떠한 인과관계도 얻지 못했다'는 회신만 얻은 상태.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이레사를 복용하지 않은 폐암환자도 간질성폐렴을 일으키는 것은 아주 흔한 일로, 간질성 폐렴으로 진단된 환자의 10%정도는 폐암환자라는 것. 또 기존 항암치료의 약 5%, 방사선 치료는 5∼15%가 간질성 폐렴을 유발하는데 비해, 이레사를 복용한 환자에서는 약 0.8%가 간질성폐렴을 일으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 암연구소 방영주소장은 "사실 간질성 폐렴은 폐암 자체가 원인이 돼 발생할 수도 있으며, 또 아스피린 같은 약으로도 간질성 폐렴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부검을 하지 않는 한 사실상 정확한 사인규명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한다.

박근칠 교수는 피부발진, 설사, 간기능 수치의 상승, 위장장애 등을 경험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머리카락이 빠지고, 심한 구토증상을 보이는 기존 항암제의 독성에 비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적은 편이라는 것. 국내 의사들이 간질성폐렴을 이레사의 부작용으로 보고한 사례는 없다. 이진수 원장은 "적절한 환자만 조심스럽게 선택했기 때문"이라면서 "국내에서도 시판허가가 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말기환자에겐 마지막 희망의 끈

그러나 이러한 분노 한 켠에는 또 다른 절박한 소리가 있다. 환자 최용섭(55)씨는 지난달 25일 보건복지부, 국회, 청와대에 동병상련의 환자 100여명과 함께 이레사의 정식 수입을 허용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1년 반 전 폐암진단을 받고 8차례의 화학요법, 20차례의 방사선치료를 받았으나, 별다른 치료효과를 얻지 못한 채 이제 뼈로 암이 전이된 그는 이레사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그는 1년 전 EAP에 지원했으나, 환자로 지정되지 못했다. "뼈가 녹아드는 아픔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몰라요. 빨리 이레사를 구해, 이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면…"

그는 동시에 개인적으로 국제 약도매상회사(IDIS)을 통해 이레사의 수입을 신청했다. 최용섭씨는 "IDIS에 서류를 제출 지 벌써 3주가 지났어요. 신청 후 약을 받기까지 약 1달이 걸린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시판허가가 나지 않은 약이라, 통관하려면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요" 통관비용까지 합하면 한달분 약값만 412만원. "구입방법을 알아도 돈이 없어, 돈이 있어도 방법을 몰라 이레사를 먹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약 40명의 환자가 이레사를 개인적으로 수입해 복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EAP환자로 지정되는 절차도 간단치만은 않다. 기존 항암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가 의사의 추천을 받아 제약사측에 신청, 본사에서 사용 허가를 받아 환자가 약을 공급받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약 1개월. 2∼3개월밖에 생존기간이 남아있지 않은 환자에게는 너무 긴 기간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약을 기다리다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사망한 환자도 많다.

이처럼 많은 딜레마가 놓여 있으나, 의사들은 한결같이 이레사의 조기수입을 주장하고 있다. 말기환자에게 폭넓은 치료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진수 국립암센터 원장은 "원칙적으로 수입허용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수입허가 전 암환자의 무절제한 복용을 막는 합리적 장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한부 진단을 받은 말기 환자의 생명을 몇 개월 더 늘릴 수 있다면, 분명 서둘러야 할 일이다.

/송영주편집위원 yjsong@hk.co.kr

"치료제라기 보단 환자병세 개선제"

이레사는 암세포가 발생하는 데 결정적으로 관여하는 효소(Tyrosine kinase)를 차단하는 약물로 기존의 화학요법 암치료제보다 정상세포에 대한 독성을 크게 약화시켰다는 점이 매력이다. 하루에 한알만 복용하면 되고, 투여기간 동안 병원에 입원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러나 이레사의 효과는 상당히 부풀려졌다. 개발당시 제약사측은 19∼35%에서 암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국립암센터 이진수 원장은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가 2차 치료로 이레사를 복용했을 경우 약 10∼20%, 3차 치료에서는 약 10%의 환자의 암크기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박근칠교수는 기존 항암제로 1차 치료에 실패했을 경우 2차 치료제로 이레사를 이용하는데, 약 18%의 환자들에게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치료제라기보다는 말기 폐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고, 환자의 병세를 최악의 상태에서 조금 나아질 수 있게 하는 개선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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