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거위'에서 '부실산업'의 대명사로…. 국내 카드산업이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일부 중소형 카드사의 경영난이 표면화하더니 급기야 LG, 삼성카드 등 상위 우량업체들마저 월별 적자로 전환, 카드업계가 총체적 부실수렁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연체율, 현금서비스 한도축소에 따른 신용불량사태, 극심한 내수침체 등의 여파로 '카드발(發) 금융위기'의 가능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전업 카드사 모두 적자
3일 금융감독원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기준으로 3,5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한 1위업체 LG카드는 월 단위로는 이미 지난해 12월 2,000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 1월에도 적자액이 1,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5,500억원의 연간 흑자를 기록한 삼성카드 역시 1월 들어 500억원 대의 적자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상위업체의 월별 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 중소형 카드사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2,60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국민카드는 1월 들어 지난해 연간 손실액의 절반 가까운 1,240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지난해 524억원의 적자를 낸 외환카드도 1월중 적자규모가 146억원에 달했다. 은행 카드사업부문에서 독립했거나 기존 카드사를 인수해 뒤늦게 고객확보 경쟁에 나섰던 후발업체들 역시 영업비용과 부실채권의 누적으로 실적악화가 지속되는 추세다. 흑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시중은행들도 카드계정만 따로 떼낼 경우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해, '카드=노다지'의 등식은 완전 옛말이 돼버렸다.
암울한 지표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체율마저 급등, 카드부실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업카드사의 연체율(1개월 이상)은 1월말 11.2%로 지난해 12월말(8.8%)에 비해 2.4% 포인트 뛰어오르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취급하는 대환대출, 대환현금서비스 등을 감안하면 카드연체는 더욱 심각하다. 대환대출이란 채무자가 보증인을 내세울 경우 연체대금을 장기대출로 바꿔주는 것. 장부상에는 연체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실질적으론 부실을 보증인에게까지 확대시키는 위험천만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실제로 지난해 말 LG 삼성 국민 외환 등 9개 전업카드사의 대환대출 규모는 1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9월의 4조∼5조원 대에서 불과 몇 개월 만에 배로 불어난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통계상 대환대출의 30%는 회수불능의 부실채권으로 전락한다"며 "대환 현금서비스까지 감안한다면 현재의 공식 연체율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카드부실 원인과 전망
현재의 카드부실은 미성년자 등 저신용자에 대한 무분별한 카드남발 등에 일차적 원인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대다수 카드업체가 적자를 낸 것은 부실자산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규모가 대폭 늘어난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올들어 상황은 더욱 비관적으로 흐르고 있다. 경기불황에 따른 내수침체로 카드 매출자체가 뚝 떨어지고 있고, 그 여파로 충당금 적립전 이익도 급격히 줄고 있는 것이 문제다. 여기에 개인워크아웃제 도입에 따른 저신용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소액정보집중, 현금서비스 한도축소 등의 여파로 개인신용불량 '대란'마저 예고되는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부실은 카드사의 도산사태는 물론 가계대출 전반의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카드산업의 경착륙과 금융시스템의 위기를 막기 위해서도 현금서비스 부대비율 등 각종 규제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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