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법무차관에 사시 17회인 정상명(鄭相明) 기획관리실장이 내정되면서 '서열 파괴'가 본격화하자 검찰 조직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강금실(康錦實) 장관 임명에 이은 또 한번의 '파격'으로 거론되는 이번 인사가 10일께로 예정된 검사장급 인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패닉 상태에 빠진 검찰
명노승(明魯昇·사시 13회) 차관에서 4회를 건너뛰어 정 실장이 차관에 내정되자 검찰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법무차관에는 고검장급 인사가 임명돼 온 것이 관례인데 정 실장은 검사장 승진 후 아직 일선 지검장도 거치지 않았다. 강 장관은 내정 사실이 알려진 뒤 공보관을 통해 "(정무직 차관은) 승진 개념의 인사가 아니며, 윗기수의 사표를 독려하는 의미도 아니다"며 조직 동요 확산을 제지하려 했지만 일선 검사들의 술렁거림은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당사자인 정 실장도 "지나치게 서열을 무시했다"며 완곡하게 고사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차관 인사가 검사장 인사의 바로미터라는 점에 주목했다. 강 장관은 향후 인사에 대해 "12회 간부들의 거취는 본인 의사에 맡길 것이며, 인사는 13회 이하 인사들을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검사들은 거의 없다. 현 추세대로라면 고검장 승진 대상이 16회 이하, 검사장은 20회 이하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충분하고 이럴 경우 승진에서 배제되는 고참 기수들은 용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차관 인사 배경을 설명하면서 "향후 검찰간부 인사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며 "본인 거취는 스스로 결정해야겠지만 현 정권이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검찰의 서열관행"이라고 말했다. 향후 인사에서도 '서열 배제'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점과 '나갈 사람은 나가야 된다'는 의미가 담긴 발언이다. 대검의 한 간부는 "정권의 뜻은 검찰 인사 물갈이"라며 "이제 짐쌀 준비나 해야겠다"고 체념하듯 말했다. 또 다른 간부는 "조직 안정을 이렇게 무시하면 역효과는 불 보듯 뻔하다"며 "나가는 사람들 중에서 '쓴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 노 대통령과 두터운 친분
강 장관은 정 실장을 차관으로 내정한 이유로 "법무부 문민화 구현을 위한 실무형 인재를 찾았다"고 밝혔다. 함께 '법무-검찰 이원화'등 개혁작업을 해 나가기에 가장 적합한 인사를 낙점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 실장의 발탁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등 정권 핵심부의 의중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정 실장은 노 대통령과 사시 동기이고, 사법연수원 시절 함께 스터디그룹 활동을 하는 등 수십 년간 교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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