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안장헌(56)씨는 올해로 30년째 우리 산하를 누비며 문화재를 촬영해 온 '문화유산 파수꾼'이다. 그가 1973년 제대직후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발품을 팔며 담기 시작한 소중한 문화재 모습들이 책으로 묶여 속속 우리 곁으로 오고 있다.지난해 12월 경주 남산의 문화재 사진집 '신라의 마음 경주 남산'을 펴낸 데 이어 이번에는 '석불―돌에 새긴 정토의 꿈'(한길아트 발행)과 '무늬'(호영 발행) 등 2권을 함께 냈다. 조만간 '석조미술의 꽃 석가탑과 다보탑'을 내고, 범종, 수원 화성(華城), 사찰의 수문신장(守門神將), 부도(浮屠) 등을 소재로 상반기에 10권을 넘길 계획이다.
"우리 문화재는 볼수록 새롭고 아름다워요. 사진은 그것을 담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매체이고요. 그 동안 찍은 문화재 사진이 30만장에 이르지만 아직 촬영할 게 많습니다."
이번에 나온 '석불'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대표적 돌부처 78점을 소개했고, '무늬'는 건축 금속공예 석조물 등에 나타난 다양한 문양을 분야별로 정리해 담았다. 해설은 최성은 덕성여대 미술사학과 교수와 이기선 불교조형연구소장이 각각 맡아 역사적 배경과 의미 등을 알기 쉽게 썼다. 특히 '석불'은 불교조각 전공자인 최 교수가 1995년에 출간한 '철불'에 이어 두 번째로 펴낸 연구서이기도 하다.
석불에 대한 안씨의 애정은 각별하다. "석불은 우리 땅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서민적인 문화재입니다. 거친 돌이 다듬어져 부처의 미소로 살아나는 것을 보면 신비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번 사진집에 실린 석불은 국보·보물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선택했다. 경기 여주 대성사 석불좌상이나 전남 장흥 용화사 석불 등 10여 점은 지정문화재가 아니지만 불상으로서의 조형미가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그는 석불의 표정과 미소를 제대로 전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사진 찍기에 가장 좋은 각도와 시기를 맞추기 위해 수십 번씩 방문했으며, 같은 석불도 여러 각도에서 구석구석을 포착했다. "불상은 3∼5월, 9∼10월 아침 나절 비스듬한 위치에서 올려다볼 때 미소도 선명하고 입체감도 살아 납니다. 사진도 그렇게 찍을 때 가장 제대로 나오지요."
그의 촬영 솜씨는 '무늬'에서 두드러진다. 수록된 사진은 바로 옆에서 들여다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선명하다. "창덕궁 낙선재(樂善齋)가 지닌 아름다움에 끌려 문양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화엄사 구층암 천불전의 빗살무늬 창호, 마곡사 대광보전의 소슬꽃 무늬와 빗살금강저 무늬 창호, 내소사 대웅보전의 소슬꽃 무늬 창호는 선조들의 탁월한 미감을 보여주는 예이지요."
그는 "석불과 마애불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했던 전실을 복원하지 않고, 보호각만 어설프게 설치하는 바람에 훼손을 부추기고 있다"며 문화재 보호 실태에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특히 경주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상군(국보 199호)과 경주 골굴사 마애불입상(보물 581호)은 주변 시설물이 철제로 이뤄져 훼손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녹물이 불상으로 흘러 드는 데다 지붕아래는 그늘이 생기다 보니 이끼가 끼고, 앞과 옆에서는 산성비가 들이닥쳐 불상 표면이 떨어져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안씨는 "20∼30년 전에 비해 문화재에 대한 국민 의식이 높아졌지만 보호와 관리 수준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러한 상태로 가다가는 대부분의 문화재가 사진으로만 남는 때가 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고려대 농경제학과를 나와 한때 신문사 사진기자로 활동했던 그는 신구대 사진학과 전임대우교수를 역임하고 현암사 편집부에서 '한국미술 5000년'을 기획하기도 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