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토요일인 1일 3·1절 기념식 참석 외에는 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다. 일요일인 2일에는 아무 일정도 없었다.노 대통령은 앞으로도 가능한 한 토·일요일엔 대외 행사 참석이나 외부인사 면담 등 공식·비공식 일정을 피하기로 했다. 겉치레로 흐르기 쉬운 행사 참석 보다는 그 시간에 국정 구상을 가다듬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에서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이 평소 "대세는 막을 수 없다"며 도입 필요성을 강조해온 '주5일 근무제'를 실천에 옮기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직 인수위를 주5일 근무로 하려다 방대한 업무량 때문에 포기한 적이 있다. 청와대는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3시에 하기로 한 정례 대변인 브리핑을 토, 일요일에는 하지 않고 현안이 있을 경우 관계자 간담회로 대체키로 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주5일 근무제 실천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선 "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일정을 그렇게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국정 구상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겠다는 의지로 보면 된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정우(李廷雨) 청와대 정책실장이 "심심한 대통령이 되라"고 조언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들린다.
비서관급 이하 청와대 실무진들의 처지는 대통령과 크게 다르다. 주5일 근무는 커녕 토, 일요일 상관없이 근무시간이 따로 없다고 할 정도로 항상 대기 상태고 노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근무환경이 180도 바뀐 곳도 있다.
국내언론 1비서관실 실무자들은 과거 신문 가판을 분석할 때는 밤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올빼미'로 불렸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가판 구독이 금지된 이후에는 아침에 신문을 분석하고 대응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만큼 새벽 5시 이전에 업무를 시작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새벽 닭'이 된 셈이다.
토론을 좋아하는 노 대통령 스타일도 청와대 근무환경과 강도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오전 회의 자료를 준비하는 실무진들은 노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토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안건을 찾고, 노 대통령이 질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에 대한 답변을 마련하느라 귀가 시간을 자꾸 늦추고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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