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너무 어렵지 않아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고민스럽다. 와인은 어렵기도 하지만 쉽기도 하기 때문이다.어렸을 때 숲으로 나무하러 가는 큰아들에겐 빵과 포도주를 싸주었는데 어머니에게 믿보인 막내아들에겐 굳은 빵과 김빠진 맥주를 싸주었다는 내용의 동화를 읽은 적이 있다. 와인은 이렇듯 유럽에선 오래 전부터 서민, 귀족 구별 없이 물 대용으로 마셔온 일상 음료였다.
유럽의 물사정이 좋아진 현재에도 이러한 식습관은 여전하다. 유럽인들에게 와인은 식탁에 늘 올라오는 어려울 것 없는 일상 음료일 뿐이다. 혹 그동안 와인을 어렵고 고급스러운 음료로만 생각했다면 오늘 저녁 당장 가까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샤또 기봉(ch. Guibon)'이나 '블랙타워(Black tower)' 같은 저렴한 와인을 한 병 산 후 식사에 곁들여 보길 바란다.
평소보다 느긋하게 느껴지는 식사를 마치고 난 후엔 "와인, 별로 어려울 것도 없네"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것이다. 와인을 단순히 마실 것 중의 하나로 생각하면 와인은 어려울 것이 없다. 단지 좀 낯설고 어색할 뿐이지.
하지만 단순한 와인 소비자에서 와인의 맛과 차이를 구별하고자 하는 애호가의 단계로 접어드는 순간 와인은 어려운 존재로 돌변한다. 음료일 뿐이던 와인이 기호품으로 격상하면서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외국어로 써 있는 라벨부터 판독할 줄 알아야 한다. 와인 라벨에는 생산 지역, 포도를 수확한 해, 제조회사(와이너리), 포도 품종, 등급, 알콜도수 등이 쓰여 있다. 라벨에서 판독해 낸 객관적인 정보 외에도 이 와인이 어떤 수준의 와인이며 얼마나 보관 가능하며 더 나아가 와인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마저 이해하려면 쉽지 않다. 와인은 유럽의 역사와 내내 함께 한 만큼 쌓인 지식의 양이 광대하기 때문이다.
결국 와인을 쉽게 대할 것인지, 어렵게 대할 것인지는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이 선택할 문제이다. 하지만 다른 문화상품과 마찬가지로 와인 역시 아는 만큼 즐거움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먼저 와인이 일상에서 어떤 즐거운 촉매가 될 수 있는지 경험해 본 후 드디어 와인의 깊이가 궁금해질 때 와인애호가의 세계에 뛰어들어도 충분하다. 와인, 쉽고도 어렵지만 쉽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다.
/송지선 와인아카데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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