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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피플 / 인터넷카페 "아파트값 내리기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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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피플 / 인터넷카페 "아파트값 내리기 모임"

입력
2003.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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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규제하고 분양권 전매 금지하라!" "1가구 다주택자에 누진취득세와 재산세 부과하라!"'아파트값 내리기 모임'(아내모·cafe.daum.net/downapt·사진아래)이란 인터넷 카페에는 거친 주장들로 뒤덮여있다. 아름다운 디자인과 화려한 그림으로 치장한 여느 홈페이지와는 한참 다르다.

아내모는 '죽어라 일해서 모든 것을 집 값에 희생당하는' 서민들이 아파트값을 제자리로 돌리자며 지난해 4월12일 결성한 온라인상의 순수 동호회. 지난해 초 아파트 값이 폭등할 때 지금은 카페 운영자가 된 황현창(32·회사원)씨가 "지금 상황이 서민들에겐 죽을 맛"이란 글을 한 아파트정보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 광주서 살다 서울에 취직이 돼 1999년 올라온 황씨는 결혼(2000년)과 출산(2001년)을 거치면서 집 문제라는 현실에 부닥쳤다. 3,500만원 전세에 서울 강남구 역삼동 10평 연립에서 살던 그는 2001년 말 7,400만원에 경기 고양시 화정동 21평 아파트로 옮기면서 "돈 벌어 전세금으로 몽땅 집어넣는 현실에 암담함을 느꼈다"고 했다.

황씨의 글을 읽은 한 아주머니 네티즌은 이에 공감해 카페 개설을 제안했고 황씨가 서민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표방하며 카페를 열자 회원이 구름처럼 모였다. 1년도 안됐지만 회원이 4,200명에 육박한다.

회원은 주부, 회사원이 대부분이지만 소문 듣고 찾아온 경제학자, 세무공무원도 많다. 그런 만큼 부동산 전문 지식과 정보가 풍부하다. 닉네임 '베스트' '모레' '폭락맨' '지미니' 'kbumsu' 등은 회원 대부분이 이름만 들어도 아는 쟁쟁한 논객이 됐다.

아내모의 주장은 명료하다. 투기 대상이 된 아파트를 주거 공간으로 되돌리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투기를 조장하는 분양권 전매와 분양가 자율화를 폐지하고 선시공 후분양을 정착하자고 주장한다. 1가구 다주택자에게는 주택수 만큼 누진취득세와 재산세를 부과, 집이 필요한 사람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하자는 것도 이들의 주장이다.

활동 무대는 건설교통부나 유명 아파트정보사이트의 게시판. 회원들은 이곳에서 '부동산 불패'를 주장하며 "더 오르기 전에 대출 받아 집 사라"고 부추기는 투기꾼들과 전쟁을 벌인다. 금융분야에서 위험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보란듯이' 회원은 "금리를 낮춰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겠다는 유치한 사고 방식과 부동산을 띄워 한몫 잡겠다는 한탕주의가 싸움 상대"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엔 경실련과 함께 부동산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고, 대통령선거 과정에선 '2030 유권자 연대'를 통해 각 후보 진영에 부동산 정책을 제시했다. 인수위의 국민제안센터에 부동산정책 요구사항을 접수시킨 것은 물론이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고 지난해 8월 수해 때는 회원 43명이 수재의연금 75만3,000원을 모아 기탁하기도 했다.

온라인 모임이라 한계는 있다. 오프라인 모임처럼 끈끈한 유대관계를 쌓을 수 없어 결속력이 떨어진다. 제작비, 유지비가 없어 홈페이지를 선뜻 열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도 있다.

하지만 아내모의 또 다른 이름에선 의지와 자신감이 엿보인다. "아내모란 이름이 '아파트값 내리기 모임'이 아닌 '아름다운 내집 갖기 모임'으로 쓰일 때가 곧 오겠죠." 모든 회원의 희망이자 각오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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