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한국일보에 실리는 신중현의 '나의 이력서'를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나의 이력서'를 신중현 선생님 본인이 쓰는지 궁금합니다./김준홍·인터넷 독자 ppoppi
답> 즐겨 읽으신다니, 우선 감사의 말씀부터 드려야겠습니다. 저는 신중현씨의 나의 이력서를 담당하고 있는 주간한국부 장병욱 차장입니다.
'나의 이력서'는 신씨가 직접 쓰는 것은 아니고 구술내용을 제가 요약, 정리하는 형식으로 게재하고 있습니다. 고(故) 이주일씨를 시작으로, 이만섭 전 국회의장, 송삼석 (주)모나미 회장 등 앞선 '나의 이력서'진행 방식을 따른 것입니다. 이력서는 본인이 직접 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신씨를 비롯한 이력서 주인공들이 글 쓰기를 직업으로 하는 분들이 아니라는 현실적 문제를 고려한 방안입니다.
숱한 인터뷰 요청을 고사하고 자신의 음악 작업에만 몰두해 오던 신씨가 '나의 이력서'에 동의한 것은 문화부 기자시절 맺은 저와의 개인적 인연도 있지만 파란 많았던 삶을 정리하고 후세의 귀감이 돼야겠다는 본인의 소망이 더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마초 사건'이나 암흑가와 연계된 연예계의 뒷모습 등 어두웠던 과거까지 담담하게 털어 놓는 신씨의 면모에서 세월의 풍화가 아닌, 거장의 면모를 느낄 때가 많습니다.
저는 일주일에 세 번 서울 문정동 신씨의 록 클럽 '우드스탁'을 찾아갑니다. 하루에 2∼3시간씩 신씨로부터 가물가물했던 옛 삶의 편린들을 듣고 메모, 글로 옮깁니다. 신씨 입장에선 기억이나 느낌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아 안타까울 때가 있고 기자 입장에선 '내 인생'이 아닌 '남의 인생'을 표현하려니 어려움도 많습니다. 때론 신씨의 기억과 자료 상에 기록된 사실 관계가 달라 애 먹기도 합니다. 특히 매회 실을 마땅한 사진을 찾는 일은 매일 부딪히는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신씨의 나의 이력서는 50∼70회 가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맨 처음 이력서를 쓰자는 제의를 받은 신씨가 "꿈에도 생각하지 못 했다"며 손사래를 쳤던 이번 기획이 어떻게 펼쳐질지, 계속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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