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6일 오후 광화문 앞 시민광장. 김현선(29) 김진희(27) 김혜정(26)씨 등 젊은 '3 김'이 한 자리에 모이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마디씩 던졌다. "잡지 모델인가 봐." "아냐, 복장으로 봐서는 스튜어디스 같은데…." 눈썰미 좋은 한 사람은 이렇게도 말했다. "혹시, 신문에 나온 적 있지 않아요?" 남다른 외모로 괜한 오해와 질문을 받는 이들은 당당한 대한민국 은행원. 김현선씨는 우리은행 가계여신센터 서무계, 김진희씨는 하나은행 임원부속실 공보팀, 김혜정씨는 조흥은행 본점 영업부 외화출납계에서 일하는 젊은 행원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다른 은행원이 못 하는 일을 한다. 바로 사내 모델이다."지난해 12월 통합 하나은행 출범 후 첫 상품이 '하나 기쁜 날 정기예금'이었는데, 그때 각종 홍보물의 사진 모델로 섰어요. 3개월 만에 3조원의 실적을 올려 은행은 물론 저도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제가 상품의 얼굴이었으니까요."(김진희·2001년 입행·성신여대 조소과 졸업)
"입행 첫 해에 사진 팀에서 '사진 한 장 찍어보자'고 제의를 해왔어요. 유니폼 품평회를 앞두고 있었거든요. 이후 한 달에 3, 4회 꼴로 사진 모델 일을 합니다. 은행을 대표하는 일이니 결혼 후에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김현선·1996년 입행·천안외국어대 경영학과 졸업)
"조흥은행이 106년이나 된 오랜 전통의 은행이잖아요. 이에 비해 저는 어려보이고 발랄해 보이고…. 제가 모델로 발탁된 것은 '도전하는 청년은행'이라는 이미지를 위한 게 아닐까요? 제 자신도 겨울철에는 스노보드를 즐기는 과격파거든요."(김혜정·2002년 입행·부산대 경영학과 졸업)
다들 말하는 솜씨와 자부심이 보통이 아니다. 특히 김현선씨는 "초등학교 시절 약속이 있는 날이면 아빠는 언제나 '상업은행 명동지점 앞에서 만나자'고 하셨다"며 은근히 우리은행(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이 우리은행의 모태)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제가 살던 부산에는 조흥은행 간판밖에 보이지 않았다"(김혜정)는 애교 섞인 강변도 나온다.
이들이 지금까지 모델로 출연한 상품 홍보사진이나 이벤트는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추가금전신탁' 'ATM 일본어 서비스'(김현선) '지수플러스 정기예금' '수수료 할인행사'(김진희) 등 새 상품이 나올 때마다 이들은 어김없이 카메라의 주인공이 된다. 김혜정씨는 지난해 월드컵 기간 중 노란 색 운동복이라는 파격적인 의상으로 'e―드림 종합통장'의 모델로 나와 금융계의 화제가 됐다.
이들이 생각하는 사내 모델의 필수조건은 무엇일까. 김진희씨는 "은행 이미지에 맞게 자신의 삶의 컨셉트를 정하는 것"이라며 "제 경우 '부자은행'이라는 하나은행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평상시 표정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모델 일을 덤으로 하지만 이들의 꿈은 역시 패기에 찬 젊은 뱅커답다. 김혜정씨는 고객의 종합자산관리를 책임지는 프라이빗 뱅커(PB), 김현선씨는 고객과 문화와 예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지점장이 꿈이다. 김진희씨는 대학 전공(성신여대 조소과)을 살려 은행 홍보 분야에서 꼭 필요한 전문 디자이너가 될 계획.
이들에게 이 시대 최고의 재테크 방법을 물었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말할 것 없이 장기주택마련저축 같은 비과세 상품이 최고죠."(김진희) "1년 동안 부은 적금을 몽땅 예금으로 전환해주는 '우리사랑 레포츠예·적금'을 추천합니다. 쇼트트랙의 김동성 선수가 제1호 가입자죠."(김현선) "그 상품이 바로 '조흥 릴레이 저축'과 똑같아요."(김혜정)
자리를 같이 한 지 채 1시간도 안 돼 '언니 동생' 사이가 된 이들. 가장 나이 많은 김현선씨가 "우리 이 참에 모임 하나 만들까?"라고 말하자 곧바로 대답이 이어진다. "모임 이름은 '미녀 삼총사'!" "아냐, 그보다는 '미녀 사절단'이 낫지." 봄날만큼이나 화사한 이들의 웃음은 그치질 않았다.
/글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사진 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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