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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요? 전통 잔치와 다를바 없어요"/파티호스트 하승호·임정선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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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요? 전통 잔치와 다를바 없어요"/파티호스트 하승호·임정선 부부

입력
2003.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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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호(30) 임정선(31)씨 부부는 토요일마다 파티를 연다. 지난 토요일에도 워커힐 호텔에서 파티를 열었고 2월15일에는 세종문화회관 델라구아다관에서 400명이 참석한 대형 '밸런타인의 밤'을 주관했다.하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클럽 프렌즈(www.clubfriends.co.kr)의 회원들을 위한 파티다. 클럽 프렌즈에는 연회비 45만원을 내는 정회원 1,000명과 5만명의 인터넷 회원이 있다. 주 연령대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 대부분 직장인들이다.

클럽 프렌즈의 파티 종류는 다양하다. 정장을 입는 '고상한' 파티도 있지만 편한 차림으로 공연이나 레포츠를 즐기는 파티도 있다.

어느 경우든 하씨 부부가 정한 원칙이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고 다른 참석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자신을 먼저 열어보이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과 자연스런 교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하씨의 생각이다.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건네고 자기 소개를 하는 일은 한국에서는 그다지 편하지 않은 방식이다. 상대방을 무척 알고 싶어하면서도 직접 물어보기를 꺼리고 상대방의 직함과 배경을 알게 되는 순간 우월감이나 열패감을 느끼는 '수직적' 습관 때문이다. 올해로 6년째인 클럽 프렌즈에서는 파티 참석자들의 태도가 꽤 유연한 편이라고 한다.

하씨가 첫 파티를 연 것은 1997년 서울대 경영대학원생 때. 평소 여자를 만날 때는 미팅 아니면 소개팅에 기댈 수 밖에 없는 대학가의 만남 방식이나, 중간에 아는 이 없이는 비즈니스를 하기 어려운 기성사회의 연줄문화에 돌파구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배경이나 직급 없이 사람 대 사람으로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사교할 수는 없을까를 고민하던 중 스웨덴 연수에서 그들의 파티 문화를 접하고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돌아오자마자 친구 4명과 파티 동호회를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파티를 연다고 하면 열에 아홉은 "무슨 파티냐?" 혹은 "무얼 입고 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파티에는 반드시 이벤트가 있어야 하고 파티라면 으레 칵테일 드레스를 입는 할리우드 영화의 이미지를 떠올린 때문이었다. 서양물 먹은 '정신 나간 젊은이' 취급도 받았다.

하지만 계속 밀어 부쳤다. 99년 대학 때부터 사귀었던 지금의 부인 임씨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합류했고 2000년 투자를 받아 정식으로 회사를 차렸다. 파티장에 의자를 없애 자연스러운 스탠딩 파티 분위기를 유도했고, 파티가 상류층, 미혼 남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는 데 애썼다. 때마침 사회적으로도 파티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하씨 부부는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요즘 파티문화의 확산을 낙관한다. 커다란 식탁에 둘러 앉아 소주잔을 돌려 마시던 386세대가 정권을 잡긴 했지만 그들이 얘기하는 개방과 수평적 관계, 누구나 말할 수 있다는 정신이 파티의 본질과 부합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한국사람과 파티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도 근시안적인 생각이죠. 우리에게도 예전부터 잔치가 있었잖아요." 파티와 잔치가 자연스런 동의어가 되도록 파티의 외연을 넓히는 것이 하씨 부부에게 남은 숙제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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