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 수출 둔화, 물가 상승 등 실물경제 전반에 '경고음'이 울리면서 새 정부 경제팀이 경기부양에 나설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정부는 경기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공산품에 대한 특소세 인하 등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은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진표(金振杓) 신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내수 진작을 위해 세금과 금리를 낮추는 것은 부동산 투기 등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며 재정의 조기집행을 통해 경기하락 속도를 늦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 전문가들 역시 인위적인 경기부양이 시기상조라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적절한 처방이 필요하며, 특히 내수경기의 추락을 막기 위해 가계대출 규제를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최경수(崔慶洙) 박사는 "금리 인하, 가계대출 활성화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선다면 내수는 살아나겠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과 신용불량자 양산 등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경기 위축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와 유가 급등이 겹쳐 일어난 것"이라며 "대외적 불확실성만 해소되면 소비는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 박사는 "지금의 경기둔화는 지역 리스크 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의 경제 침체와 맞물려 있어 장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경기둔화의 원인이 정부 경제정책의 영역을 벗어난 만큼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그나마 해외 투자자들을 붙들어 주식시장을 떠받치는 게 중요하다"며 "새 정부가 미국과 계속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급격한 내수 진작과 갑작스러운 돈줄 죄기 등 충격요법으로 경제의 진폭이 커졌다며 예측 가능한 정책 집행과 내수 연착륙을 주문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權純旴)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내수관련 정책이 너무 단기간에 냉·온탕을 오감으로써 내수 침체를 가속화한 측면이 있다"며 "지금의 가계대출 규모는 국내 은행들이 감당할 만한 수준인 만큼, 연간 7∼8% 정도 늘어나도 큰 무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도 "은행들이 최근 수익 극대화 차원에서 대출금리를 올리고 예금금리를 낮추고 있는데, 이는 실질 금리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시장의 방향과 거꾸로 가는 것"이라며 "은행의 대출금리를 낮추고 가계대출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 소비의 급격한 위축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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