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을 맞이하는 투자자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연초부터 비틀거리던 주가가 600선 아래로 곤두박질치면서 3월이 '불확실성 해소의 출발점'이 될지, 아니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초입'이 될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다.경제 주체들의 컨센서스(합의)로도 어쩔 수 없는 국내외 변수들이 곳곳에 숨어있어 전문가들조차 증시 전망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장보다 국제 뉴스에 더 신경 써야 할 시기", "돌다리도 두드려 가며…"라는 말로 전망을 대신하는 이들이 많다. 주요 증권사 투자전략팀으로부터 국제유가와 기업실적·전쟁 리스크·외국인투자·국내외 경기 등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각종 증시 변수에 관한 분석을 들어봤다.
지정학적 리스크 갈림길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는 "3월이 1∼2월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주가 반등을 저해할 핵심 불안요인이 점차 해소되거나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종국 센터장은 "증시가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이미 반영하고 있는 만큼 3월 초·중반 이라크 공격이 어떤 식으로든 결말이 나면 주가 반등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신증권 투자전략실은 이라크 전운이 걷혀도 한반도의 먹구름은 여전할 것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김영익 실장은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미 정부의 입장 차이 및 외국인 투자자들의 동향을 볼 때 1993년 핵 위기 때와는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며 "이라크 긴장이 해소된 이후 북 핵 위기는 또다른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투자를 결정할 유가·실적
지정학적 리스크와 더불어 지난달부터 순매도로 돌아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3월 증시의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한국과 대만 시장의 외국인 매도는 비관적인 정보기술(IT) 경기에 따른 기술주 손절매가 대부분"이라며 "한국 관련 해외 펀드의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외국인 매도 공세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치솟는 유가가 기업실적에 부담을 주면서 외국인의 주식 비중 축소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환율 등 외국인투자를 결정할 많은 요인이 있지만 근본적 문제는 기업 실적과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이라며 "실물경기 둔화와 고유가가 기업 실적에 부담을 주면서 실적 악화와 수익 전망 하향 조정으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기관 자금이 버텨줄까
외국인의 '셀(Sell) 코리아'에 완충역할을 하는 것은 연·기금과 은행·증권 유관 기관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움직임이다. 삼성증권은 "기관 투자 자금이 대기하고 있고 개인 자금도 최대 3조4,000억원까지 증시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 홍성태 팀장은 "시장이 추가 충격을 받을 때마다 개인과 기관의 저가 매수세가 이를 흡수해 낙폭을 제한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실물경기가 불안한 상황에서 외국인의 현·선물시장 매도 공세는 지수가 550선까지 밀릴 수도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 부양책 나오나
국내외 경기 둔화가 장기화하고 이르면 2분기 기대됐던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3월 증시의 초점이 쏠리고 있다. 대신증권 천대중 연구원은 "경제지표 둔화세가 예상보다 심각한 만큼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과 유연한 금리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경기 경착륙 우려가 심화하고 시중 부동자금의 왜곡현상이 지속되며, 올들어 두달째 경상수지 적자로 수출의 성장 버팀목역할이 한계에 부딪쳤다"면서 "새 정부가 내수경기 부양을 위한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적에서 시작해 실적으로 끝내라
증권사들의 3월 투자전략은 한결 같이 '치고 빠지기(trading)'식 보수적 전략으로 모아진다. 종합주가지수 600선을 기준으로 550∼560선 근방으로 빠지면 사고, 620∼630선 위로 올라가면 팔라는 식이다. 적극적인 시장 참여보다는 '떨어질 때 주워담는다'는 관점에서 우량주를 조금씩 저가(低價)에 사기를 권하고 있다. 대우증권 투자전략팀 김영호 팀장은 "1분기 실적이 좋고, 2분기에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이익증가' 기업에만 철저히 관심을 두라"고 조언했다. 1∼2월에 많이 떨어진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IT 대표 종목과 철강·화학 등 소재 산업의 대표 기업들이 유망 종목으로 올랐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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