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냐, 아니냐'의 논란을 가져올 정도로 미국에 대해 당당한 자세를 지켜나가겠다는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청와대가 정작 직제나 운영 면에선 '백악관 따라잡기'에 나서고 있다.우선 청와대 비서실 직제는 레이건 정부 1기 모델을 거의 그대로 원용했다. 원래 백악관의 정통 비서실 체제는 정무를 총괄하는 비서실장과 홍보를 담당하는 홍보수석의 투톱 체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여기에 정책실장을 덧붙여 트로이카의 진용을 짰다. 이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제임스 베이커 비서실장― 에드윈 미즈 수석자문(정책총괄)―마이클 디버 홍보수석'의 트로이카 체제로 비서실을 구성, 안정적인 백악관을 운영했던 것과 일치한다. 이 때문에 이전에 '부통령'으로까지 불렸을 정도로 권한이 막강했던 청와대 비서실장은 정책결정에 대한 영향력은 축소되고 정무로만 역할이 한정됐다.
유명무실했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민경제자문회의(NEC)가 실질적인 정부 정책조정기구로 격상한 것도 백악관식 국정운영 메커니즘이다.
장관 위에서 옥상옥(屋上屋) 역할을 하는 각 부처별 수석비서관제를 없애는 대신 조정기능을 강화한 보좌관을 신설한 것도 백악관에서 차용한 아이디어다.
노 대통령이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조각 배경을 설명한 것은 '백악관 따라잡기'의 대표적인 예. 대통령의 언론 브리핑을 활성화하겠다는 28일 청와대 발표도 같은 맥락이다. 백악관에서 종종 대통령이 마이크 앞에 서는 것과 비슷하다. 청와대가 기존의 폐쇄형 기자실 체제를 브리핑 룸 체제로 바꾸고 정례 브리핑을 케이블·인터넷 방송을 통해 생중계하는 것도 전형적인 미국식이다. 백악관은 모든 기자의 출입이 가능한 브리핑 룸에서 하루 1∼2번 정례 브리핑을 실시하며 이를 생방송하고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 공간을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이 모여 일하는 백악관의 '웨스트 윙'(West Wing)처럼 꾸미고 있다. 신관에 있던 비서실장실, 국정상황실, 국가안보보좌관실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 2층으로 옮길 계획이고 대통령과 비서진의 청와대내 이동통로도 일원화했다. 회의에서도 상향식 의사결정과 토론을 강조하고 있다.
대여, 대야 관계를 푸는 방식으로 구상하고 있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 및 국회의장간의 '전국정상회의'(가칭)도 미국 대통령이 매주 수요일마다 상·하원 의장, 각 당 대표와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 심지어 이름 조차도 미국의 'National Summit'을 직역한 것으로서, 연방제가 아닌 우리나라에선 부자연스러운 느낌까지 준다. 각종 위원회를 둬 정부의 핵심 과제를 연구하고 행정부와 정책조정을 해나가겠다는 것도 미국형이다.
카터와 클린턴 정부 시절 40대의 젊은 '조지아 사단'과 '아칸소 사단'이 백악관을 점령했던 것과 같이 386의 젊은 '노무현 사단'이 청와대에 대거 입성한 것도 눈에 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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