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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연재 장편만화/호두나무 왼쪽길로 박흥용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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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연재 장편만화/호두나무 왼쪽길로 박흥용씨

입력
2003.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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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만화가 박흥용(朴興用·42)씨가 3일부터 한국일보에 장편만화 '호두나무 왼쪽 길로'를 연재한다. 외롭게 자란 한 청년이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돌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만화가가 된 지 20여년. 물이 잔뜩 오른 그를 북한산 칼바위 능선이 올려다 보이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자택 2층 화실에서 만났다. 그는 중학생 시절 고향을 떠나 삼양동으로 이사한 이래 북한산 아래서만 30년을 살았다. 다듬지 않은 머리칼, 텁수룩한 수염으로 기자를 맞은 그는 연재를 준비하느라 두 달이 넘도록 좋아하는 산행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여행을 소재로 한 만화는 처음인 것 같은데….

"일찍부터 여행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20대 후반에 25만분의 1 지도 하나 달랑 들고 오토바이로 전국을 방랑한 적이 있다. 그러니 이번 만화는 사실 그 때부터 조금씩 준비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도 위에 5∼10 ㎝ 간격으로 바둑판처럼 선을 그은 다음 종으로만, 또는 횡으로만 선을 따라가며 섭렵했다. 방안에 굴러다니는 총알을 모아 장전한 셈이다. "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는.

"길 위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여행은 흥분된다. 팽팽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고 여유의 폭을 갖게 된다. 방황이나 도피라 할지라도 여행의 커버를 씌우면 그럴듯해 보인다."

―오토바이도 즐겨 타나.

"가장 순발력 있는 운송 수단이 오토바이다. 750cc 중형 오토바이를 갖고 있는데 스토리 헌팅이나 현장 사진을 찍어야 할 때는 그만이다. '내 파란 세이버'를 그릴 때는 의정부 벨로드롬에 자주 들러 사이클 선수나 감독을 만나기도 했다. 차로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지만 오토바이는 가능했다. 주인공은 오토바이를 타지만 차나 도보, 자전거로 여행할 수 있는 길도 나올 것이다."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일찍 죽고 할머니 슬하에서 외롭게 자란 스무살 청년이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여행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가 중심을 이룰 것이다. 자기 성찰 따위에 별 무게를 두지 않고 여행지의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로 엮을 작정이다."

―'호두나무 왼쪽 길로'라는 제목은 무슨 뜻인가.

"주인공은 어릴 때 할머니로부터 초등학교만 들어가면 엄마가 학용품을 사가지고 오실 거라는 말만 믿고 어머니를 기다린다. 주인공이 살고 있는 동네 어귀로 들어오는 길에 호두나무가 있는데 왼쪽에는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작은 길이 나 있다. 주인공은 엄마가 그 길로 오리라는 꿈을 갖고 날마다 동네어귀를 바라보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주인공의 이름 '박상복'은 좀 촌스러운 느낌인데….

"그는 외롭게 자라 세상을 관망자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세상을 판단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을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다. (사실 그 이름은 화실에서 같이 일하는 친구 3명의 이름에서 한 자씩 따서 조합한 것이다. 이들이 만화의 배경과 뒷처리를 도와준다.)"

-연재를 앞둔 심경은.

"두렵고 긴장된다. 어깨에서 힘을 빼려고 애쓰고 있다."

그는 한 작품을 하면 딴 눈을 팔지 않고 온통 그 곳에만 신경을 모으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런 성실함 때문에 그는 다작을 하지 못한다. 1981년 '돌개바람'으로 데뷔한 그는 '무인도''나는 골고다로 간다''정류장''검''구르믈 버서난 달처럼''내 파란 세이버'등을 냈으며 '구르믈…'로 96년 한국만화문화대상 저작성을 받았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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