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유엔 결의안에 대한 안보리 상임이사국 간의 물밑 외교전이 치열한 가운데 이라크 정부가 유엔이 금지한 장거리 미사일 '알 사무드 2'를 1일부터 파기하겠다고 밝혀 이라크 사태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한스 블릭스 무기사찰단장은 최근 "이라크의 협조자세에는 진전이 있으나 무장해제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의견을 나타낸 바 있어 이라크의 이번 결정이 사찰보고서에 어떤 영향을 줄 지가 관심사이다. 사찰단은 미사일 파기여부를 이라크 당국의 무장해제 의지를 판단하는 잣대로 보고 있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찰 보고서 사찰계속에 중점?
예상되는 블릭스 단장의 사찰보고서 내용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애매한 평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이라크의 태도가 점점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사찰계속'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둘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안보리 이사국들도 마지막이 될지 모를 사찰단 보고서를 놓고 안보리 표결에 대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강경한 반전입장을 보이고 있는 프랑스는 2차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을 실제로 행사할지 여부와 전쟁이 막상 터질 경우 어떤 후속조치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것에 대한 논란이 정치권에서 뜨겁다. 도미니크 드 빌팽 외무장관이 "프랑스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도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없다"고 언급,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는 한발 뺀듯한 분위기이다. 집권여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은 전쟁 발발시 반전입장에서 탈출할 전략이 있는지를 추궁하며 거부권 행사에 반대하고 있다. 28일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사찰단의 요구에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무력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의 발언도 프랑스 정부의 이 같은 복잡미묘한 사정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중국을 방문중인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베이징(北京)에서 "필요하다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27일 미국 영국 스페인의 2차 결의안과 프랑스 러시아 독일의 사찰강화안에 대한 비공개 협의를 진행한 안보리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미국·이라크 개전준비 박차
유엔과는 별개로 전쟁에 대비한 이라크군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후세인 대통령은 27일 공화국수비대를 이끄는 차남 쿠사이를 비롯, 군부 지도자를 소집, 전쟁준비상황을 점검한데 이어 이라크 18개 주지사들도 전투동원태세를 마쳤다고 관영 INA 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의 한 관리는 공화국수비대 핵심전력인 아드난 사단의 일부 병력이 26일부터 북부 모술에서 후세인의 고향이자 정치근거지인 티크리트로 이동중인 모습이 탐지됐다고 전했다.
걸프지역에 파병된 미군 병력도 27일 현재 총 22만 5,000명에 달했다. 항모 니미츠호가 3일 샌디에이고에서 발진, 걸프해역에 합류할 예정이고 B―2 스텔기 폭격기도 미주리에서 출격명령을 받고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를 향해 출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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