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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슬픈 란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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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슬픈 란돌린

입력
2003.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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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린 마이어 글·아네테 블라이 그림·허수경 옮김 문학동네 발행·8,800원 3세 이상성에 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가르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냥 말로 설명해서는 아이들이 이해하는지 알아차리기 어렵고, 쑥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시중에 나와 있는 책자나 비디오 교재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교육 자료는 대개 생명 탄생의 과정이나 성별 차이를 설명하는 데 치우쳐 있다.

이 그림책은 어린이 성폭행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을 브리트라는 유치원 여자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찬찬히 설명해 준다.

유치원에 다니는 브리트는 귀가 큰 동물 인형 란돌린에게 말을 건네고 수프를 끓여 주는 천진난만한 아이다.

하지만 브리트는 의붓아버지에게 끊임 없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

이야기는 중반께 란돌린이 의인화하면서 반전된다. 브리트의 아픔을 지켜보며 도울 방법을 찾던 란돌린은 울고 있던 브리트를 지켜 보며 참지 못하고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돼!…나쁜 비밀을 털어놓아야 해. 그런 고통을 당하는 사람은 도움이 필요해!"라고 울분을 터뜨린다. 상황은 브리트가 용기를 얻어 친한 이웃 프레리히 아줌마를 찾아가 비밀을 털어놓으면서 해결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브리트처럼 가까운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한 어린이는 전체 성폭행 피해 어린이의 80%를 넘는다. 그 중 친족에 의한 범죄가 36.3%다.

친족 사이에 벌어지는 어린이 성폭행 상황이 어떤 것인지,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올바른지를 현실감 있게 알려준다. 란돌린과 브리트를 비교하면서 아이들은 인형과 사람은 어떻게 다르며, 또 어떻게 달리 대접 받아야 하는지도 깨우칠 수 있다. 책 말미에 성폭력 피해 상담소 등 전문 기관의 연락처를 실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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