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 출신으로 한국의 간판기업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에 올라 주목을 받았던 진대제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사장이 27일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발탁돼 또 한번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삼성 신화의 밑거름인 반도체 개발의 주역으로 실세 CEO로 통했던 진 사장이 '성공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자신의 평소 소신대로 관가로 진출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 셈이다.
그는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삼성SDS 사장을 역임했던 남궁석 전 장관에 이어 두 번째 삼성 출신 장관을 배출한 삼성전자의 표정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정보기술(IT) 정책 사령탑에 삼성 출신이 올랐다는 것에 환영하면서도 "삼성이 아까운 인재를 잃었다"며 아쉬워 하는 목소리도 많다.
진 사장이 장관직에 오르며 치르게 될 '관직 값'도 화제다. 삼성전자 등기이사 7명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진 사장이 지난해 이사 평균 연봉 52억5,700만원만 받은 것으로 계산해도 정통부 장관 연봉(9,600만원)과는 50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또 2000년 받았던 스톡옵션 7만주(행사가 27만2,700원)는 보유한도(2년 이상)를 넘어 앞으로 7년간 언제든지 팔 수 있지만, 2001년 받았던 7만주(행사가 19만7,100원)는 3월8일이 보유한도 만기라 자격이 상실될 처지에 놓였다. 1주당 28만3,500원(27일 종가기준)이니 장관 입각으로 60억4,800만원에 이르는 스톡옵션은 물론 연봉까지 포함, 무려 100억원 가까운 돈을 날리는 셈이다.
당초 삼성 내부에선 진 사장의 입각 가능성에 대해 "엄청난 금전적 손해까지 감수하면서 자칫 단명에 그칠 수 있는 자리로 가겠느냐", "장관은 판서로 가문의 명예이고 장차 정치인으로 변신할 수 있는 발판인데 왜 마다하겠느냐"는 상반된 예상이 나왔지만 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대체로 강했다. 재벌개혁을 추진 중인 참여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진 사장을 절대적으로 신임하고 있는 그룹 최고위층이 진 사장의 '장관행'을 '허락'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진 장관은 미국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박사로 IBM 등에서 연구하다 85년 삼성전자에 스카우트된 뒤 '세계 최초'의 반도체를 잇따라 개발했다. 별명도 '미스터 칩(반도체)' 이다. 제품설명회 때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등장해 수원시향 지휘봉을 잡는 '끼'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자청한 약속을 태연하게 어기는 등의 매너를 들어 '과포'(과대포장)라고 말하기도 한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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