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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대통령 친인척인 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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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대통령 친인척인 罪

입력
2003.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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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구설수에 휘말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친형 건평(建平)씨는 27일 연신 억울하다는 말을 했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는 여전히 "동생한테 누를 끼치는 형이 되지않겠다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며 "이번 일도 기자가 왜곡했다"고 서운함을 털어놓았다.본인의 말처럼 그의 집에는 온갖 곳에서 날라온 이력서가 집안 구석구석에 쌓여있다. 대통령직 인수위나 청와대의 하급직에 취직시켜달라는 부탁도 있는데 "내가 들어줄 수 없다"며 거절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대학 예비합격자 명단에 오른 자식을 합격시켜달라"며 돈을 가져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권력의 향배에 따라 속물들이 항상 따라다니는 세태를 보여주는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친인척이 비리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일반인보다 훨씬 엄격한 생활자세를 가져야 한다. 건평씨가 제주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공무원의 전근을 위해 해당 관청에 문의했다는 대목은 오해를 사기에 딱 알맞다. 중풍에 걸린 부친과 처자식과 멀리 떨어져 일하는 사람의 딱한 사정을 돌봐주기 위한다는, 순수한 뜻에서 그리 했다지만 대통령의 형으로서는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일반 시민이 그런 일을 했다면 '동정심이 많은, 착한 사람'이라는 칭찬을 받았겠지만 대통령의 형은 그렇지 않다.

과거 정권에서 권력자의 친인척들도 처음부터 돈을 받고 청탁을 들어주었거나 이권에 개입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언제나 '마땅히 도와줄 사람'을 도왔거나 '억울한 사정'을 해결해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비록 대가를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통령의 친인척은 어떠한 형태로든 공적인 일에 개입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야박한 사람' '인정없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본인은 억울하겠지만, 대통령의 친인척들은 앞으로 5년 동안 '보이지 않는 감옥'속에 사는 게 노 대통령과 국민을 돕는 일일 것이다.

배성규 정치부 기자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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