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TV 화면 오른쪽 위에 'HD'란 표시가 새겨진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HD(High Definitive)TV는 기존 TV보다 주사선과 화소수가 많고 신호를 디지털로 처리, 땀구멍까지 보일 정도의 고화질과 CD 수준의 고음질이 구현된다. 현재 방송사들은 10시간씩 HD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 HD 카메라로 촬영했다는 정도의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고 있다.KBS 2TV가 3월2일 방송하는 공사창립 30주년 특별기획 HDTV문학관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극본 유현미, 연출 이민홍)는 HD 드라마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수작이다.
박범신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드라마의 무대는 서해 미도(美島). 이 섬에 대형 리조트 건설이 추진되면서 평화롭던 마을은 이주 보상금으로 난생 처음 거액을 손에 쥔 주민들과 개발로 파괴되는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사람들로 나뉘어 대립한다.
여기에 죽마고우로 자랐으나 사랑 때문에 원수가 되고 만 리조트 개발팀장 경훈(오대규)과 마을 이장 이섭(박동빈), 경훈의 첫사랑이자 이섭의 아내인 미현(양은용)의 갈등이 얽혀드는데….
안면도 올 로케이션으로 제작한 영상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고, 국내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소리를 6개 채널로 분리해 담는 5.1채널 돌비 디지털 방식이 바람 파도 등 자연의 소리를 생생하게 잡아냈다. 총 제작비 5억원에 편집과 색보정 등 후반 작업에만 3개월이 소요됐다. 내용의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것이 흠. 극한으로 치닫던 갈등이 이섭의 아들이 실은 경훈의 아들이었다는 사실로 풀리고, 리조트 사장이 마음을 바꿔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진 개발을 추진한다는 결말이 억지스럽다. 화질과 음질에도 더러 허점이 보인다.
이민홍 PD는 "이제 첫 발을 내디딘 만큼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시행착오를 거쳐 터득한 HD 드라마 제작기술을 널리 알리기 위해 방송에 앞서 26일 대한극장에서 특별 시사회까지 가졌으며, 제작 과정을 꼼꼼히 기록한 백서도 발간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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