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블릭스(74)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 위원장의 입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유엔 이라크 무기사찰단장으로서 그의 평가 하나하나가 미국과 이라크 등 관련국들에는 결정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이라크 관련 2차 결의안에 대한 표결과 무기사찰단의 보고(3월 7일)를 앞둔 상황에서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사태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가급적 속마음을 드러내 보이려 하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그가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관련 평가에서 긍정과 부정을 넘나들며 이라크를 압박하는 줄타기식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블릭스 위원장은 24일 시사주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는 신뢰를 잃었다"고 비난했다가 25일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새 자료를 무기사찰단에 제공하자 "실질적인 협력 의사를 시사하는 것이며 몇 가지 긍정적인 면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를 살짝 바꿨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유엔본부 기자회견과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와의 회견에서 "이라크가 사찰단에 협조하기를 원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며 다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아 듣는 이들을 헷갈리게 했다. 이에 앞서 14일 2차 안보리 보고에서 1차 안보리 보고 때와는 달리 이라크가 사찰단에 상당히 협조하고 있다고 보고함으로써 미국과 영국을 애타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그가 3월 7일 유엔 사찰 경과 보고 때도 애매한 판정을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과 평화의 기로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 너무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일단 3월 1일까지 유엔이 금지한 장거리 미사일을 모두 파기하라는 그의 명령을 이라크가 이행할 것인지 여부가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알 사무드 2 미사일 파기가 사찰 협조 여부를 판단하는 중대한 시험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어 결과에 따라 7일의 경과 보고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행보 하나하나는 27일 시작하는 안보리 2차 결의안 토의, 3월 10일께 있을 표결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블릭스 위원장은 7일 안보리에서 사찰단 활동을 보고하며, 3월 27일 60일간 진행한 이라크에 대한 무기사찰 2차 보고서를 제출한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 한스 블릭스는 누구
스웨덴 웁살라 태생으로 스톡홀름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웨덴 외무장관을 지낸 베테랑 외교관 출신으로 1981∼97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4차례나 지낸 군축전문가이기도 하다. IAEA 사무총장 시절 북한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핵 문제 등을 처리했다.
91∼97년 유엔의 이라크 무기사찰 업무에 관여할 당시 이라크에 대한 온건한 입장으로 미국의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일반적으로 중립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0년 1월부터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이라크 무기사찰단) 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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