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니 반나절만이라도 화를 내지 않고 지내는 경우가 있는가.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화는 평상시 우리 마음속에 숨어 있다. 그러다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으면 갑작스레 마음 한 가득 퍼진다.' 틱낫한 스님은 '화' 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는 베트남 출신으로 시인이자 평화운동가로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프랑스 망명 후 보르도 지방에 '플럼 빌리지'라는 명상수련센터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고, 그의 책들은 꾸준히 팔리고 있다.■ 부처의 가르침에 따르면 시기 절망 미움 두려움 등은 모두 우리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는 독이라 했다. 그리고 그 독들을 하나로 묶어 화라고 했다. 마음속에서 화를 해독하지 못하면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 화는 날 감자와 같은 것이다. 감자를 날 것 그대로 먹을 수 없다. 먹으려면 냄비에 넣고 익기를 기다려야 한다. 화도 마찬가지다. 화가 났을 때는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틱낫한 스님의 '화'에 실린 내용이다.
■ 미국 하버드대학 패트리셔 엥 박사는 화를 적절히 표출하는 남성은 그것을 참는 사람에 비해 심장마비 발생 위험이 절반 이상 줄어들며 뇌졸중 발생률도 낮아진다고 밝혔다. 50∼85세의 남자 2만여명을 대상으로 2년간 조사한 결과다. 엥 박사는 "화를 참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기 때문에 이것이 오히려 심장병이나 뇌졸중 위험을 부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적절한' 화의 수준은 문을 꽝 닫고 나가는 정도다.
■ 일본에서는 웃음이 당뇨병 환자에게 묘약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과학진흥재단의 마음과 유전자 연구회는 당뇨병 환자에게 만담 등을 보여줘 웃게 한 결과 식후 혈당치가 크게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장년 환자 21명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팀은 식이 운동요법과 더불어 웃음이 새로운 요법이 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웃음은 만병의 치료제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화는 적당히 내고, 항상 웃는 것이 결국 무병장수의 첩경이라는 것인데, 별로 어렵지 않은 것 같다. 제대로 실행하느냐가 문제지만.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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