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첫 경제팀 수장이 10년 가까이 젊어지면서 금융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김진표(56·행시 13회)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임명으로 전윤철(64·행시 4회) 전 부총리보다 나이로는 8세, 행시 기수로는 9회나 젊어지면서 금융권 인사에도 묵시적인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부총리와 함께 금융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쌍두마차 격인 이근영(66) 금융감독위원장은 일단 유임됐으나 별도의 재신임 과정을 통해 조만간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경우 후임으로 거론되는 유지창(54) 금감위 부위원장, 장하성(50) 고려대 교수, 이동걸(50) 금융연구원 박사 등이 모두 50대 초반에 불과해 10년 이상 젊어지게 된다.
이 같은 정부 관료의 세대교체는 사기업보다는 금융기관에 가장 먼저 인사태풍을 몰고 올 것으로 관측되면서 금융권이 좌불안석하고 있다. 자리보전이 불투명해진 임원들 사이에선 "10년을 잃어버렸다"는 탄식이 절로 나오고 있다.
우선 젊은 장관 발탁에 따라 수십명의 고위 관료가 튕겨져 나올 경우 정부투자 금융기관 및 유관 기관장, 금융협회장 자리에 무더기 낙하산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금감위 관계자는 "차관급이 행시 16∼17회까지 내려가면 14회 이전 관료 중에서 옷을 벗어야 할 사람이 수두룩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금융 유관기관이나 국책은행에서도 연쇄 물갈이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이맘때 50대 임원의 대거 퇴진으로 한바탕 세대교체 폭풍에 휩쓸렸던 은행권은 또다시 '2차 인사홍역'을 치를 전망이다. 3월말 일제히 열리는 은행 주총에서 임기 만료되는 임원은 10명 수준으로 예년에 비해 적지만, 임기와 상관 없이 무언의 압력을 받아 자진 사퇴하는 임원들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장 가운데는 이인호 신한은행장과 강중홍 제주은행장, 심 훈 부산은행장이 올해 임기 만료된다. 또 원로급인 국민·조흥·외환은행 회장은 정부의 '은행 회장제 폐지' 언급으로 이미 마음이 편치 않은 상황이다. 이밖에 작년 세대교체 와중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50대 중후반의 고령 임원들은 눈치만 보느라 아예 일손을 놓고 있다.
세대교체의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한국은행도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제기한 '인적 쇄신론'에 부딪치면서 박 승 총재가 고비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올해 안에 박철 부총재, 이성태·강형문·이승일 부총재보 등 집행 간부 4명도 임기 만료돼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예금보험공사에서도 박승희·최수환 이사 등 임원 2명이 올해 임기가 만료된다.
증권유관기관도 뒤숭숭하긴 마찬가지. 증권거래소, 코스닥증권시장, 선물거래소 등 대부분 증권 유관 기관장들은 재경부 관료 출신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당장 3월12일 임기 만료되는 정의동 코스닥위원장의 후임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사 불안감 때문에 은행 업무가 안 돌아간다"며 "금감위원장의 임기보장·교체 여부를 빨리 결정하고 교체한다면 신속히 후임을 인선, 불확실성을 없애 금융기관의 업무공백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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