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현장 주변에 불청객들이 들끓고 있어 유족 및 자원봉사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26일 저녁 대구시민회관에는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강당 귀퉁이를 차지하고 앉아 한창 잡담을 하고 있었다.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침통하고 숙연한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자원봉사자들이 "조용해 달라"고 했지만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한 자원봉사자는 "여기 오면 밥도 주고, 속옷까지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길 건너 대구역 노숙자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했다.
불청객은 이들 뿐만이 아니다. 대구시청의 희생자 추모사이트 게시판에 '인구가 줄어 좋다'는 식의 망발을 올린 네티즌이 있는가 하면, 접속자 수가 많다는 점을 노려 개인 사업 홍보나 광고문을 올리는 얌체족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27일에는 유족돕기 사이버 성금모금을 빙자, 금품을 가로채려던 사기꾼도 등장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사고 직후에는 일부 부랑자들이 경북대 병원 등 대구지역 주요 병원을 찾아와 부상자 행세를 하며 입원하려다 들통나기도 했다.
경찰은 대구시민회관에 있는 유가족 200여명 가운데 약 30∼40명은 '가짜'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피해자 가족들 틈에 섞여 있다가 대책본부 관계자들과 마찰이 생길 경우 과격한 행동을 촉발시키는 등 부작용이 만만찮다"며 "하지만 진위를 가릴 방법이 없고, 무리를 했다가 자칫 유가족들을 자극할 수도 있어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대구=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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