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와 이라크전쟁, 선진국의 경제회복 지연 등 복합적 위기상황에서 관료 중심의 김진표 경제팀이 출범했다. 안정형 경제팀의 구성은 대내외 불안요인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실물경제의 안정과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합리적 스타일의 관료 중심
새 정부 경제팀은 김진표 부총리(행시 13회),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13회),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12회),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10회) 등 DJ정부에서 경제정책 입안에 참여한 관리형 인사들이 주축이다. 더욱이 하나같이 합리주의와 대화를 중시하는 스타일이어서 기존 정책기조를 뛰어넘는 무리수를 둘 가능성은 희박하다.
윤·최 장관이 김 부총리의 행시 선배이고, 박 장관은 동기인 만큼,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원활한 업무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신 청와대 정책실의 강도 높은 개혁 드라이브에 대해서는 견제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김 부총리가 특성상 꼼꼼함을 요구하는 세제전문가 출신인데다, 박 장관도 경제기획원 시절 예산을 주로 다뤄 성향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대신 정보통신 정책에는 적잖은 변화가 초래될 전망이다. 진대제 삼성전자 사장이 카리스마가 강하고 형식보다는 자유분방함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농민운동가 출신의 김영진 민주당 의원이 입각한 농림부도 '국내 농업 보호'와 '농업 개방'간 딜레마를 푸는 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실물경제 안정이 최우선 과제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성장과 분배의 조화'로 요약된다. 안정된 경제성장을 토대로 복지 등 분배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다시 경제활력을 높여 신성장을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세제전문가인 김 부총리의 발탁도 '세제개혁을 통한 빈부격차 완화'를 집행할 최적임자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라크전쟁 등 대외 경제여건의 악화와 내수 둔화로 경제가 위기 상황인 점을 감안할 때, 지금 당장은 '경기 안정'에 우선 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 경기 하락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성장동력 자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대내외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진표 경제팀은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실물경기를 회복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는 금명간 기업들의 설비투자를 촉진하고 내수 둔화를 막기 위한 경기활성화 대책을 신임 부총리에게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의 경기 침체가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에 근거한 만큼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데 고민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소비진작을 위한 경기부양은 부작용이 많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만큼, 기업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심어주는 내용의 제한적인 경기활성화 대책을 마련하는 쪽으로 단기 대응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기업의 설비투자가 위축되는 것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새 경제팀은 기업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고 내수 침체를 부작용 없이 떠받치는 데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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