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러스는 앞으로 기아차 함대를 이끌 플래그십(flagship·기함)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다음달 12일 출시될 기아의 오피러스를 언론에 공개하던 날, 기아차 김뇌명 사장은 상기된 얼굴로 기아 최고급 승용차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품평회 행사에 참석한 이들도 대부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각종 첨단편의장치를 아기자기하게 갖춘 실내는 수입차 중 판매 1위 모델인 렉서스ES300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평이었다.오피러스 출시를 계기로 현대 에쿠스, 쌍용 체어맨이 겨루던 3,000㎤급 고급 승용차 시장에 변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르노삼성이 이르면 올 하반기 프랑스 르노의 최고급 차종 '벨사티스' 수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GM대우 역시 이르면 내년 말까지 동급 승용차를 들여와 국내 제작할 방침이다. 여기에 수입차 시장 주력모델도 3,000㎤급이어서 오피러스가 순항하려면 기라성 같은 강적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오피러스 주타깃은 40대 전문직
오피러스의 첫 인상은 벤츠 E클래스와 재규어 S타입을 합쳐 놓은 듯한 느낌이다. 오피러스 개발 자문단에 재규어 디자인 팀 출신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단순히 우연만은 아닌 듯하다. 오피러스의 외형은 미국보다는 유럽풍이라 할 수 있다.
인테리어 역시 벤츠, BMW, 포르쉐 박스터의 실내를 디자인한 독일의 디자인 전문업체 불로스벨트와 제휴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렸다. 여기에 각종 첨단 장치를 부착했는데, 시트는 운전자의 자세를 기억하도록 했고, 장시간 운전에 따른 피로감을 줄일 수 있도록 전동식 요추 받침도 장착했다. 오피러스의 주타깃인 '직접 운전을 즐기는 40대 전문직 리더'의 요구에 부응하는 장치라 할 수 있다. 또 AV모니터를 앞뒤 좌석에 갖추고 JBL스피커, 5단 조절 열선 시트 등 고급사양도 갖추고 있다.
3,000㎤ 와 3,500㎤ 6기통 엔진을 탑재했고, 수동 겸용 5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다. 특히 세계적인 안전관련 전문업체인 독일 콘티넨털 테베스터에서 기술을 도입한 브레이크 잠김 방지장치(ABS), 미끄럼방지장치(TCS), 차체자세제어장치(VDC) 등의 첨단안전장치를 장착했다. 이중 VDC는 현대차 에쿠스에도 없는 장치다. 판매가는 3,000㏄ 3,800만∼4,300만원, 3,500㏄는 4,900만원.
기아차는 오피러스에 기아의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기로 하고 독자콜센터, 회원전용 우대프로그램 등 차별화 서비스를 준비했다.
경쟁차는 세계 명차들
오피러스가 겨냥하고 있는 시장에서 국내차 라이벌은 쌍용 체어맨 CM400·500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벤츠 엔진으로 대표되는 체어맨은 첫 출시 후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월 1,000대 이상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국내 고급차 시장에서 양대 산맥의 입지를 굳힌 만만치 않은 상대다. 현대차는 '집안 싸움'을 피하기 위해 당분간 오피러스급 신차를 출시하지 않겠다고 기아와 약속했지만, 그랜저XG나 에쿠스 고객의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대측은 올해 하반기 에쿠스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은 뒤 2007년 에쿠스 후속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수입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2,500∼3,500㏄급은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지난달 수입차 총 등록대수 1,414대 중 473대가 2,500∼3,500㏄급 승용차다. 즉 팔린 수입차 3대 중 한대가 오피러스의 경쟁차종인 셈이다.
특히 지난달 140대가 팔려 수입차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한 렉서스ES300은 가격면에서 오피러스보다 1,000만원 밖에 비싸지 않아 오피러스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으로 보인다. BMW 5시리즈 3개 차종도 지난달 118대가 판매된 인기 차종이다. 가격이 오피러스보다 2,000만∼3,000만원 가량 비싸지만 오피러스를 구입하려는 고객이 한번쯤 비교해 볼만한 모델이다. 지난달 92대가 판매된 벤츠E클래스 역시 외양이 비슷한 오피러스와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포드의 링컨LS나 아우디6 시리즈 등은 3,000㏄급 시장이 활성화하면,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다며 오피러스의 출현을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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