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6일 진통 끝에 고건 총리 임명동의안과 대북 송금 특검법을 처리했다. 가까스로 두 의안은 처리됐지만, 새 정부 첫 국회의 일그러진 모습은 또 한번 국민을 실망시켰다. 한나라당은 인사관련 안건을 우선 처리하는 국회 관행을 무시하고, 다수의 힘으로 특검법을 단독 처리했다. 한나라당은 임명동의안에 앞서 특검법 우선 처리를 위한 의사일정 변경안을 관철한 뒤, 민주당이 퇴장한 가운데 이를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고성과 막말을 주고받았다. 새 정부 출범 후 첫 국회부터 구태가 되풀이된 것이다.의안 순서를 둘러싼 논란으로 25일에 이뤄져야 할 임명동의안의 처리가 30시간 이상 지연됐고, 이 바람에 노무현 대통령은 총리를 임명하지 못해 조각을 하지 못했다. 5년 전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당일 총리 임명동의안이 처리되지 않아 조각을 하지 못했던 상황이 한때나마 재연된 것이다.
국회는 주요의안을 제때에 처리하지 않아 국정공백을 초래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상한 집단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당리당략에만 충실하는 곳이 바로 정치권임이 새삼 입증된 셈이다. 26일의 국회 모습은 노무현 정부와 한나라당의 관계가 순조롭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대통령과 거대야당이 충돌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우리는 국민의 정부에서 뼈저리게 체험했다.
정치권은 "과연 이런 국회가 꼭 있어야 하는가"라는 회의감이 일반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 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말로는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하면서, 새 정부 첫 국회부터 국정의 발목을 잡는 행태에 국민들은 넌덜머리가 나 있다. 정치권은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조금이라도 의식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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