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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감독의 재담은 "마케팅 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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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감독의 재담은 "마케팅 원군"

입력
2003.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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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축구 팬들은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볼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예전보다 우리선수가 상대방 공을 얼마나 잘 낚아채는지, 또 얼마나 안 뺏기는지를 비교하는 재미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코엘류 감독이 "공이 있으면 무조건 뺏고 갖고 있으면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자신의 축구철학이라고 했기 때문이다.또 한국 팀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그는 "강인한 정신력과 기습공격 시 잘 갖춰진 조직력, 많은 멀티 플레이어, 패스 플레이에 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상대 팀의 기습공격에 수비대응이 늦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보인다"고 했다. 축구 팬들은 과연 신임 감독이 수비대응을 얼마나 빠르게 만들지도 보고 싶어질 것이다. 코엘류의 명료한 이 몇 마디는 뭔가 모르게 그가 명감독임을 느끼게 해주는 말일뿐만 아니라 축구 팬들이 대표팀 경기를 하루빨리 보고싶어 하게 만들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카디널스 팀 감독을 오래 맡았던 허조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단타위주의 팀 전력 때문에 "매 경기 주자를 12∼13명을 출루시켜 득점 확률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한다고 했다. 또 마무리 투수에 관해서는 "마지막 2회를 확실하게 틀어 막을 마무리가 있다면 27아웃 중에서 상대팀은 21명만 공격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허조그가 이런 말을 평소에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카디널스 팬들에게 야구경기 보는 방법을 한수 가르쳐준 말이다. 경기를 본 팬들이 맥주 집에서 복기할 때 "오늘은 10명밖에 출루를 못했는데도 이겼다"든지 "15명이나 나갔는데도 졌다"면서 떠들썩 할게 눈에 선하다.

'보는 스포츠'를 사는 팬들의 구매동기는 매우 다양하다. 관람동기를 묻는 설문조사를 해보면 고향 팀부터 팀 컬러, 페넌트레이스 성적, 포스트시즌 진출가능성, 미남선수, 유니폼 색상, 팬 서비스, 경기장 분위기, 그냥 좋아서 등등 수많은 동기를 들을 수 있다. 응답자 본인들도 잘 모르고 답할 수 있지만 보는 스포츠를 사는 사람들의 핵심동기는 보는 게 재미있기 때문이다. 또 재미의 근원은 승자와 패자를 반드시 가리는 스포츠의 본질에 있다. 앞의 두 감독들이 간단명료하게 표현한 말들은 "나는 이렇게 이기겠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기는 방법을 얘기한 것 뿐이지만 그 자체로 수준 높은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도 남는다.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온갖 방법을 짜내야 하는 스포츠조직의 마케팅 담당자에게 감독의 철학 몇 마디는 돈 한푼 안드는 원군이나 마찬가지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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