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실물경기는 바닥을 향해 치닫고 있지만 아파트 분양가의 고공행진은 멈추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는 그나마 경기침체로 분양가 인상세가 주춤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에 상관없이 적정선 이상의 마진을 챙기려는 건설업계의 잇속과 만성적인 아파트 초과수요가 아파트 분양가 상승행진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는 지적이다.꺾이지 않는 분양가 상승 추세
26일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해 2차 서울동시분양에서 공급된 대표적인 강남권 아파트인 서초구 방배동 '동양 파라곤'의 평당 분양가는 1,650만원이었다. 지난해 서울동시분양에 나온 강남권 평균 평당 분양가 1,575만원보다 4.7% 오른 가격이다. 1, 2차 동시분양의 전체 아파트 평균 분양가도 평당 1,184만원을 기록, 지난해 평균(867만원)보다 37%나 치솟았다.
지방도 사정은 마찬가지. 올해 경기지역에서 공급된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평당 627만원으로 지난해(507만원)보다 24% 상승했으며, 인천지역 분양가도 지난해 482만원에서 올해 602만원으로 25% 뛰었다. 부산도 올들어 분양된 아파트들의 평균 분양가가 평당 613만원에 달해 지난해(458만원)에 비해 34% 상승했다.
원인은 무엇인가
분양가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은 올해 분양에 나선 건설업체들이 지난해 가격이 크게 오른 주변 아파트의 시세에 맞춰 아파트를 분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체가 자제하지 않는 한 과다한 분양가의 인상을 막을 마땅한 대책은 없는 형편이다. 아파트 수요는 항상 넘쳐 나는 반면 공급량은 한정돼 있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분양되는 아파트들이 재건축 아니면 재개발이어서 분양가 과다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이 부담을 적게 떠안기 위해 일반 분양물량의 가격을 올리기 때문이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모) 김지혜 사무총장은 "분양가가 자율화됐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횡포를 막을 특단의 대책은 없다"며 "다만 사업 승인권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건설업체들이 적정한 분양가를 책정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파트 분양가 책정 과정 곳곳에 허점이 숨어있다. 지난해 서울 12차 동시분양에서 공급된 A 재건축아파트의 건설비 2,550억원 중 최소 100억원은 회계장부상에만 존재하는 돈이라고 소시모측은 주장했다. 평당 건축비가 싼 지하대피소, 주차장 등과 주거공간을 뭉뚱그려 평균 건축비를 산출, 계산하기 때문에 '꼼수'가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지자체가 적정 분양가를 따져볼 수 있는 회계전문가를 영입해 건설업체들을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건설업체들은 토지 취득가격과 인건비, 건자재 등 건설원가의 상승 등을 이유로 분양가 인상의 불가피함을 역설하고 있다.
분양가 인상, 기존 아파트값 상승 악순환
주변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책정된 고양 가좌 '대우드림월드', 강서구 염창동 '한화 꿈에그린', 인천 간석동 '금호베스트빌'이 분양되면서 이들 지역의 인근 아파트 시세는 평균 1,000만∼1,500만원씩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닥터아파트의 곽창석 이사는 "분양가가 인상되면 주변 아파트 시세를 끌어올리고, 이는 또 분양가 인상을 유도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공급을 수요와 비슷하게 맞춰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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