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에게 빌린 돈을 은행의 현금자동지급기에서 찾는다?'일본계 대부업체들이 시중은행과 제휴, 고객 편의를 위한 '대출전용카드'를 발급하겠다고 나서자 금융당국이 고민에 빠졌다. 이를 허용할 경우 자칫 공공기능이 중시되는 은행이 고금리 사채놀이를 하는 꼴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감독원과 대부업계에 따르면 A& O, 프로그레스, 해피레이디 등 일본계 대부업체 7곳이 은행권의 현금지급기(CD) 공동망을 이용할 수 있는 대출전용카드를 출시하기 위해 모 시중은행과 업무제휴를 추진중이다. 대출전용카드란 신용카드처럼 물건을 사는 데는 사용할 수 없지만, 대출된 범위 안에서 현금지급기를 통해 자유롭게 돈을 인출해 쓰도록 하는 신종 카드상품. 현재는 2금융권의 캐피털사들이 주로 취급하고 있는데 기업형 사채업자들이 새롭게 경쟁에 가세한 것이다.
이들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대출카드에 관련된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뒤 조만간 제휴 은행을 통해 금감원에 정식으로 사업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연리 66%(대부업법상 이자상한선)의 고금리 사채를 은행이 취급하는 셈"이라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말 대부업법이 시행되면서 상당수 사채업자들이 '제도권 금융기관'이 됐다는 점.
금감원 관계자는 "대부업 등록업체는 금융감독을 받는 정식 금융기관인데 예전처럼 계속 불법 사채업자 취급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국민정서나 은행시스템의 안정성 측면에서 워낙 부정적인 면이 많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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