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하늘 나라에서 행복하세요."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로 숨진 박정순(34·여·경북 영천시 화남면)씨의 장례식이 열린 26일 오전 대구 영남의료원 영안실. 큰 딸 엄수미(7·지곡초 1년)양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는 어머니 영정에 마지막 절을 올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동생 난영(6·여)이와 동규(4)를 바라보았다. 동생들은 죽음이 뭔지, 어머니가 왜 숨졌는지 영문도 모른 채 천진난만한 모습이었다.
수미 남매는 이번 참사로 고아가 됐다. 아버지는 지난해 1월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경북 영천시에서 학교 급식보조원으로 일하던 박씨는 조리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요리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남편이 세상을 등진 후로 조리사 자격증은 박씨에게 3남매를 키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인생의 목표나 다름없었다. 참사 당일에도 그는 요리학원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가 변을 당했다.
박씨는 유독가스로 가득찬 전동차 안에서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들을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숨졌다. 유족 20여명은 영구차로 옮겨지는 박씨의 관을 붙잡고 "아이들은 어떡하느냐"며 울부짖었고 시어머니 황정자(63)씨는 "이렇게는 못 보낸다"며 대성통곡했다. 박씨의 시고모 김옥이(58)씨는 "친정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자식들만큼은 부모 잃은 서러움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악착같이 살았다"며 "어린것들을 남겨두고 눈이나 제대로 감았을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대구=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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