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우리 국회는 국익이나 입법부의 체면은 외면한 채 정쟁에 몰두하는 정치권의 어두운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줬다.이날 국회 본회의 무산은 5년 전 이날 보여준 구태의 재판이었다. 당시에는 한나라당이 김종필(金鍾泌)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 불참해 버린 반해 이번에는 여야가 각자의 주장만 고집한 채 의사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한 게 다를 뿐이었다.
여야는 이날 총리 임명동의안과 특검 법안의 처리절차를 놓고 다각도로 절충을 벌였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두 안건의 처리를 26일로 넘겨버렸다. 본회의 개회시간을 3시간이나 미루면서 열린 두 차례의 총무회담은 아무 결론도 내지 못한 채 헛돌았다. 한나라당이 선(先) 특검 법안 후(後) 인준안 처리 입장을 고수한 데 반해 민주당은 총리 인준안만 처리하자는 분리 처리론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각 당의 의원총회에서도 서로 당론을 밀고 가자는 강경주장만 쏟아졌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비공개 의총에서 총리 인준안을 먼저 처리하면 특검 법안 처리를 물리적으로 저지하지 않겠다는 민주당의 양보안을 전달했으나 대다수 의원들은 강공을 주문했다. 한나라당은 다만 특검법안 내용에 대한 일부 비판을 감안, 법안 명칭을 '대북뒷거래 의혹'에서 '대북 비밀송금 의혹'으로 바꾸고 수사기간도 최장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하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여야는 이처럼 벼랑 끝에서 대치하다 급기야 오후 5시가 넘어 26일 오후 본회의로 다시 싸움을 미루고 이날 본회의를 유회시켰다.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은 "민주당측이 청와대 만찬일정 등을 이유로 두 안건의 처리를 26일 본회의로 미뤄 달라고 요청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장 불신임결의안을 내자"고 주장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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