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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오카야마 / 조선통신사 숨결 간직한 "온천天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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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오카야마 / 조선통신사 숨결 간직한 "온천天國"

입력
2003.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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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이 끝난 뒤인 1607년 조선통신사 일행들은 부산에서 배를 타고 일본 대마도와 우시마도(牛窓)란 곳을 거쳐 에도(江戶, 지금의 도쿄)로 향했다. 이후 1811년까지 모두 12번에 걸쳐 조선통신사가 일본을 찾았는데 일행들은 이중 11번 우시마도에 들렀다. 당시 우시마도 사람들은 조선통신사 일행들을 환대하며 이들의 행적을 그림과 문헌으로 상세히 기록해 놨다. 그리고 지금 이 곳 사람들은 가이유(海遊) 문화관에 그 자료들을 전시해 놓고 한국 사람들을 맞는다.

일본 오카야마(岡山)현이 한국인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우시마도, 유바라 온천 등 관광명소들이 즐비한 오카야마현은 일본 서남부의 중앙부에 위치한 면적 7,000㎢, 인구 194만명의 현(우리의 도에 해당)이다. 남으로는 세토내해 국립공원에 닿아있고 북으로는 주고 산지를 배경으로 한 풍부한 자연환경의 혜택을 받고 있다. 일본 최고의 포도산지로서 과실 수확량이 많아 '과일의 천국'으로도 불린다.

한국인들에게 아직까진 생소한 오카야마는 히로시마시 등 인근 대도시와 시코쿠섬 주민들의 교통 요충지다. 오카야마현 관광연맹 마쓰다 다카시(松田隆志) 주임은 "이들 지역 일본인들이 한국을 찾을 때 거의 대부분이 오카야마 공항을 이용한다"며 "오사카나 도쿄 공항으로 가는 것보다 오카야마 공항을 이용하면 더 가깝고 교통비도 싸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오카야마 노선 승객의 70% 이상이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들이다.

오카야마의 관광자원은 놀랄 만치 풍부하다. 천연 노천탕으로 유명한 유바라를 비롯, 오쿠즈, 유노고 온천 등은 이 지역의 대표적인 휴양지들이다. 또 일본 3대 정원의 하나인 오카야마 고라쿠엔(공원), 오카야마 성, 그리고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작품 줄거리를 구상하기 위해 찾았다는 티볼리 공원, 혼슈와 시코쿠를 연결하는 세토대교 등도 자랑할만한 볼거리다. 또 오하라 미술관, 과학교육박물관 등에 있는 전시물들은 학습교육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온천

아사히강의 강바닥에서 쏟아나는 천연 노천탕 '스나유'를 보유한 유바라 온천은 이 지역의 대표 온천이다. 노천탕 순위에서 '서일본의 요코즈나'(일본 씨름의 최고 타이틀)로 불릴 만큼 명성이 자자하다. 유바라 댐 아래 도로변에 위치한 노천탕은 온도가 서로 다른 미인탕, 자식복탕, 장수탕 등 3개의 온천탕(남녀 혼욕)으로 구분돼 있으며 누구나 무료로 목욕할 수 있다. 온천수가 풍부해 어느 호텔이나 숙박지에서도 100% 원천수로 목욕을 즐길 수 있다.

요시이강 상류 계곡을 따라 형성된 오쿠즈 온천 또한 일본 관광지 100선에 뽑힌 관광명소. 주위에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많아 '산속의 온천'이라고도 불린다. 이 지역은 특히 아낙네들이 온천탕 주변에서 발로 빨래하는 모습으로 유명하다. 곰이나 늑대가 많아 부녀자들이 빨래할 때 서서 주변을 망을 보면서 발로 세탁한 것이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또 1,200년 전 스님이 순례길에 들렀다가 백로가 온천탕에 상처입은 다리를 넣어 치료하는 것을 보고 발견했다는 유노고 온천도 가볼 만하다. 이 곳에서 치쿠테이(竹亭)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미추기 오다카(尾高貢) 사장은 "인근 교토, 고베, 오사카 지역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여서 찾아 오기 쉽다"며 "골프와 연계해 한국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공원과 고성(古城), 거리

오카야마 고라쿠엔은 국가특별명승지로 지정된 일본 3개 명원의 하나다. 1687년부터 14년에 걸쳐 완성된 이 정원은 13㏊의 면적에 당시 일본 정원으로는 드물게 잔디를 깔아 놓은 것이 특징이다. 아사히강 가운데에 형성된 모래톱에 깨끗한 강물을 끌어들여 연못, 폭포, 인공 시내를 만들었다. 바로 옆에 1597년 축성했다는 오카야마성 또한 가볼 만한 곳. 검은 판자로 외벽이 장식돼 있어 '금까마귀성'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NHK의 대하드라마 '무사시'(무사)의 역사적 주인공이 이곳 출신이어서 관광객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구라시키(倉敷)시에도 가볼 만한 곳들이 많다. 연간 3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는 미관지구는 현내 최고의 관광 명소다. 우리의 인사동에 해당하는 거리인 이곳에는 오하라미술관 일본향토완구관, 구라시키고고관 등 문화시설이 있다. 고풍스런 건축물과 인공 연못을 따라 늘어선 나무 옆을 걷노라면 역사 속으로 빠져드는 운치를 느끼게 된다. 또 이 지역의 대표 놀이공원인 티볼리 공원은 꽃과 신록으로 둘러싸인 도시형 공원으로 밤에는 아름다운 조명 속에 음악이 넘치는 축제가 펼쳐진다. 이와 함께 와슈잔에서 바라보는 세토대교와 다도해는 실로 장관이다. 세토대교는 혼슈와 시코쿠를 연결하는 도로 철도 병용다리로 전체 길이가 12.3㎞에 달한다.

/오카야마=박원식기자 parky@hk.co.kr

★관련기사 47면

■남녀가 함께 목욕 "얼굴 붉히지 마세요"

"어머! 노천탕에서 벌거벗은 남녀가 같이 목욕을 하네."

오카야마현 내 3대 온천 중 하나인 유바라온천에서는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혼욕 문화의 진수를 경험해 볼 수 있다. 유바라 댐 바로 아래 도로변에 자리한 노천탕은 사시사철 24시간 누구에게나 개방되는 혼욕탕이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자연경관이 일품인 이 노천탕을 찾으면 대낮에도 벌거벗은 그대로 목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대부분 남자인 이들은 타올 하나만 들고 벗은 채로 3개의 탕을 오가며 온천욕을 즐긴다. 반면 여자들은 타올로 몸을 가리는 경우가 많다.

흥미로운 점은 남자든 여자든 남이 몸을 가리든 말든 서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 남자들은 탕안에서는 물론 탕을 옮겨 다닐 때나 심지어 탈의실로 갈 때도 타올로 몸을 가리는 둥 마는 둥 한다. 탈의실 또한 남녀로 구분돼 있지만 남자 탈의실은 개방형이다. 밖에서 옷 갈아 입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이를 쳐다보는 여자들도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지나가는 행인이 쳐다보거나 둘러봐도, 심지어 사진을 찍는다 해도 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 수영복을 입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

밤에는 상황이 바뀐다. 밝은 대낮에 오기를 꺼리는 여자들이 찾아와 노천욕을 즐기기 때문이다. 노천탕 바로 앞 하나야시키(湯快感花) 호텔의 여자 총지배인 이케다 리에(池田理愛·26) 양은 "밤11시 이후 여자 손님들이 노천탕을 많이 찾는다"며 "이들중에는 남자 손님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타올을 풀어 제치는 이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일본에서 혼욕을 즐기는 여자들이 남자들에 비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남녀가 함께 혼욕을 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나는 수줍어서 대낮에 전라로 노천탕을 못찾아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남의 시선에 개의치 않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녀의 말대로 이 지역 호텔이나 사우나마다 부부 혹은 연인들이 함께 하는 가족탕 시설들이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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