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高建) 총리 지명자가 내각 인선의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고 지명자는 일부 유력후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실질적 제청권 행사 여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고 지명자가 인선작업에 본격 참여한 것은 대통령 비서진이 작성한 후보명단이 넘어온 23일 전후. 2∼3배수 후보 명단을 면밀히 검토한 고 지명자는 3∼4개 장관후보 인선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교육부총리가 그 대표적인 사례. 노무현 대통령은 전성은(全聖恩) 샛별중학 교장을 1순위로 꼽았지만 고 지명자는 "교육현안 해결에 적절치 않다"고 제동을 건 뒤 5배수 압축과정에서 탈락했던 오명(吳明) 아주대 총장을 천거했다.
평소 튀지 않고 유연한 고 지명자의 업무방식에 비춰 다소 의외였다는 게 노 대통령 주변의 평이다.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대안으로 윤덕홍(尹德弘) 대구대 총장 등을 내세웠지만 고 지명자는 '책임지고 오 총장의 동의를 받아오겠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며 "결국 노 대통령도 한발 물러섰다"고 설명했다.
고 지명자는 또 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후보로 밀던 강금실(康錦實) 변호사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는 후문이다. 최병모(崔炳模) 민변 회장과 송종의(宋宗義) 전 법제처장이 막판까지 고려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고 지명자가 산자부 장관 후보로 최홍건(崔弘健) 한국산업기술대 총장을 밀면서 낙점이 유력했던 오영교(吳盈敎) KOTRA 사장의 지위도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청와대의 관계자는 "고 지명자와의 협의 과정에서 일부 자리에 변화가 있었다"며 "이 바람에 일부 인사가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며 지명자의 영향력을 시인했다. 그러나 고 지명자의 목소리는 제한적이어서 실질적인 제청권 행사로 보기는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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