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오늘 제16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노 대통령의 당선이 이념과 세대 상의 큰 변혁을 상징한 것이었다면 앞으로 5년간 우리는 변혁의 전개와 실천 과정의 도정에 들어섰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21세기 초입은 변화와 개혁의 격랑으로 시작됐고, 이 기간이 국가적 명운에 얼마나 중요할 것인지는 두말 할 필요가 없다.노무현 정부 앞에 놓인 과제들은 하나같이 수월해 보이는 것이 없다. 북한 핵 위기가 제기하는 안보환경의 문제는 정부 출범과 함께 가장 민감한 시기로 진입했고, 한미동맹관계가 50년 만에 중대한 전환점에 다다라 있다. 각 분야 개혁을 가속화해야 하고, 경제의 활력을 계속 살려나가야 하며 사회통합을 이루어 내야만 한다. 불확실한 미래 앞에 정확한 정책목표와 의지, 그리고 정교한 방법론이 조화를 이룰 때만이 제대로 성취될 수 있다는 과제들이다.
노 대통령을 비롯한 새 집권 세력에게는 각별한 주문이 없을 수 없다. 새 집권층은 어느 때와도 다른 정치적 배경과 성향, 나름의 언어를 갖고 있다. 소신과 지향성이 강한데 대한 기대도 낳지만 이로 인한 충돌과 갈등의 잠재성도 크다. 때문에 노 대통령은 소수정권의 위상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다수파 정권이 소수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면 노 대통령은 상대파의 다른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대립과 적대가 해소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에 놓인 험난한 내외정세는 강력한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그 강력함은 대화와 타협의 열린 자세에서 만이 가능하다. 소신과 의욕에 합리를 함께 추구하는 신뢰의 리더십이 새 대통령에게서 나와야 할 것이다. 여기서 야당의 애국적 협력이 나올 수 있고 국민적 합의도 이끌 수 있다. 김대중 정부 집권기간의 여러 문제가 이런 인식의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새 정부의 출발에는 야당의 성실한 참여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 국가적 과제의 성취를 위한 야당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도 있어야 함이 물론이다. 새 정부의 출발을 축하하면서 5년 후 모두가 승자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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