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카드업계가 연체율 족쇄에 묶여 적자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적자폭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여서 카드 부실이 업계 전반의 경영위기로 비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카드업계 적자속출, 경영난 확산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삼성·비씨 등 9개 전업 카드사는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총 2,61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조4,870억원의 흑자를 달성했던 2001년보다 영업실적이 무려 2조7,486억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특히 이들 카드사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1조1,082억원의 흑자를 유지했으나 하반기 들어 연체율 급등과 대손충당금 상향조정 등의 여파로 단숨에 1조3,698억원의 적자로 전환, 시간이 갈수록 경영부실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이자할부나 주유할인을 내세우고 뒤늦게 출혈경쟁에 가세한 후발업체와 중소형 카드사일수록 실적악화가 뚜렷했다. 지난해 옛 한빛은행에서 독립한 우리카드는 카드사업부문 인수 영업권(5,725억원)을 일시에 상각하면서 무려 6,485억원의 적자로 돌아섰고 국민(2,609억원), 현대 (1,451억원), 롯데(845억원), 외환(524억원) 등도 적자폭이 컸다. 반면 삼성카드와 LG카드 등 재벌계 '빅2'사는 일찌감치 충당금적립을 강화해온 덕분에 각각 5,536억원과 3,50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상대적으로 성적이 돋보였다. 253억의 이익을 올린 비씨와 5억원 흑자를 기록한 신한카드도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체율 상승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와 출혈경쟁으로 인한 원가상승이 대표적인 경영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연체율의 고삐를 잡고, 내실경영에 나서지 않는다면 올해에도 영업실적은 더욱 나빠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카드시장 성장세는 계속
주요 카드사의 영업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카드시장의 성장은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669조8,352억원으로 전년(480조원)에 비해 189조3,900억원(39.4%)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신용구매(결제서비스) 이용실적은 257조142억원으로 전년대비 81조5,218억원(46.5%) 증가했고 대출서비스(현금서비스+카드론) 실적도 412조8,210억원으로 전년보다 107조8,753억원(35.4%) 늘어났다. 지난해 말 현재 신용카드 발급매수는 1억480만매로 2001년보다 23.3% 증가했고 카드 회원수(중복계산)는 전년(7,916만명)에 비해 10.2% 늘어난 8,720만명을 기록, 경제활동인구 1인당 4.6매의 카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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