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새 안주인이 된 권양숙 여사의 포부는 첫째도, 둘째도 '조용한 청와대 만들기'이다.특히 역대 대통령들이 항상 고통을 겪었던 친인척 관리 부분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전언이다. 대선 이후에도 권 여사는 틈이 날 때마다 친인척에게 전화를 걸어 몸 조심을 부탁하곤 했다. 최근 결혼한 정연, 건호씨 부부에게도 단정한 처신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편안한 가정을 만드는 것도 권 여사가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집안이 반듯해야 남편이 소신을 펼 수 있다"는 평소 지론 때문이다.
퍼스트레이디의 공식활동에서 관심을 갖는 분야는 아동, 보육 분야이다. 대통령 부인 비서진인 제2부속실 실장으로 아동복지학을 전공한 김경륜(金敬倫)씨가 선택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단체를 새로 만들기 보다는 현재 있는 단체를 지원하는 쪽으로 벌써 여러 계획을 짜고 있다.
청와대에 들어간 뒤 권 여사는 당분간 노 당선자와 함께 하는 공식 행사에만 참석하며 외부 활동은 자제할 예정이다. 대신 청와대 살림을 익히고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준비기간을 조금 더 갖기로 했다. 지금까지 여성계 인사, 여성 국회의원들을 만나 조언을 듣고 대통령학 서적들을 읽으며 준비를 해왔지만 실전 경험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권 여사측의 한 인사는 24일 "권 여사가 그 동안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아 조용한 스타일로 비쳐졌지만 이희호(李姬鎬) 여사 만큼은 아니어도 반반 정도로 내부, 외부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25일 청와대에 입주하면서 30여년을 함께 부대끼며 살아온 노 대통령 가족은 '세 지붕, 한 가족'이 된다.
지난해 12월25일 결혼한 후 노 대통령의 서울 명륜동 사저에서 함께 살아온 아들 건호씨 내외는 내달 10일께 새 입주자가 들어올 때까지 마무리 짐 정리를 하고 여의도의 20평대 전세 아파트로 따로 살림을 난다. 딸 정연씨 부부는 8일 결혼 후 신혼 여행, 시댁 생활을 거쳐 이미 서울 창전동 아파트에 분가해 살고 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특별한 요일을 정해 자녀들을 청와대로 부르는 식의 가족 모임 정례화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권양숙 여사측 관계자는 "노 대통령과 권 여사가 청와대에 들어가면 속내를 털어놓을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나실 수 없어 허전할 것"이라면서 "특별한 형식 없이 자녀들을 틈틈이 불러 만나실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건호, 정연씨가 청와대에 들어갈 때는 신원 확인 등 특별한 절차는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따로 신분증이 발급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의 자녀'로서 기본적 신원을 직원들이 숙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호, 정연씨는 노 대통령의 임기 동안 평범한 생활인으로 자신의 삶을 가꿔나갈 계획이다. 정치와 거리를 둔채 직장 생활을 계속할 뿐만 아니라 특별한 대접도 원치 않는다고 한다. 신변 경호나 주거 경비 역시 과잉이 되지 않도록 주문했고, 건호씨는 틈 날 때마다 "대통령의 아들로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주변에 얘기한다고 한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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