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제31대 총무원장 선거가 24일 차분히 막을 내렸다. 수덕사 주지 법장(法長)스님의 승리로 끝난 이번 선거는 폭력 사태로 얼룩졌던 1994년과 98년 선거와 달리 조용하게 치러져 21세기를 맞는 조계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법장 스님은 당선 직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교육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화합의 정신을 바탕으로 종단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번 선거 결과는 한국 불교의 전통가치를 보존하면서도 미래 지향적 가치를 창출하라는 스님들의 소중한 뜻이 반영된 것"이라며 "특정 문중과 교구에 머물지 않고 골고루 지지를 받아 당선된 만큼 화합·원융의 종단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스님은 이어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고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 불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94년 종단개혁 이후 이룩한 발전 위에 변화와 도약의 새 가치를 만들고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스님은 접전을 벌인 종하(鍾夏)스님, 그리고 선거인단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표했다.
법장 스님은 충남 서산 출신으로 60년 현 수덕사 방장인 원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종단에 대한 영향력이 큰 덕숭 문중 내 본·말사 주지와 종회 의원 등을 지내며 뛰어난 행정력을 발휘했다. 또 홍성교도소 종교위원, 생명나눔실천회 이사장, 충남지방경찰청 경승실장, 대한불교청년회 부총재, 한국유권자운동연합 공동대표 등을 지내며 활발한 사회활동을 펴 왔다.
이번 선거는 여러 면에서 조계종의 면모를 새롭게 했다. 문중 대결의 구도가 희박해지고 후보 개개인의 수행력과 경력, 성향을 중시하는 인물 대결이 자리잡았다. 선거 초반에만 해도 종단 내 최대인 용성 문중 출신의 종하 스님이 우세하리라는 관측이 무성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한 스님은 "주지 스님이 누구를 찍으라고 해서 찍지는 않았다. 문중의 힘이 약해지고 승려 개개인의 판단이 중요해졌다. 큰 스님들에 의해 몰표가 왔다 갔다 하지는 않았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바람이 조직을 이겼다"고 논평했다.
이와 함께 과거 선거 때마다 있었던 폭력과 금권 시비, 흑색 비방 선전 등이 사라진 것도 큰 변화이다. 특히 14일 치러진 두 후보 스님 간의 공개토론회는 획기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다음은 스님과의 일문일답.
―종단을 이끌어 갈 복안은.
"화합과 개혁, 안정과 변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종단을 운영하겠으며 원융과 화합정신으로 모두를 포용하겠다."
― 승리의 요인은.
"어느 문중과 교구에도 치우치지 않고 모두 함께 하는 종단을 만들겠다고 호소한 뜻이 받아들여진 것 같다."
―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은.
"국민 모두가 다 함께 하고 차별이 없고, 소외 계층이 없는 나라를 만드는 데 노력해주기 바란다."
―인사 탕평책을 쓰겠다고 했는데 종하 스님측 인물을 기용할 생각은.
"생각하고 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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