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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쇼쇼/70년대 칵테일바 둘러싼 청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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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쇼쇼/70년대 칵테일바 둘러싼 청춘쇼

입력
2003.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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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그때를 아십니까?' 1970년대 TBC(동양방송)의 간판 쇼 프로그램 '쇼쇼쇼'에서 제목을 빌린 영화 '쇼쇼쇼'(감독 김정호)는 70년대를 거친 이들에게는 향수를, 이후 세대에게는 낯선 촌스러움을 선사하는 코미디 영화다. 국내 최초 칵테일바의 탄생이라는 발상과 70년대적 소품을 연결시킨 영화로 시기적으로는 80년대를 다룬 복고풍 코미디 영화 '해적, 디스코왕 되다'나 '품행제로'의 사촌쯤 된다.영화는 바텐더가 되기 위해 용쓰는 70년대 백수들의 모습을 그렸다. 허참이 진행하는 '쇼쇼쇼'에 진출, 바텐더로 대성하려는 하릴 없는 군상의 좌충우돌 청춘 스케치라 할 수 있다. 주류배급소 배달부 산해(유준상), 연탄배달부 아들 상철(이선균), 셋 가운데 유일한 대학생 동룡(안재환)은 동네 '양아치들'과 '섰다' 판을 벌이다가 술집가게 문서를 얻는다. 셋은 주저앉기 일보 직전인 선술집을 최신식 칵테일바로 바꿀 마음을 먹는다. 칵테일 만들기 노하우에 골몰하던 이들은 고적대 리더인 윤희(박선영)에게 접근해 병돌리기 비법을 전수받고 미군 부대에서 칵테일 만들기 특강을 받으며 자리를 잡아가지만 동네 '양아치들'은 호시탐탐 술집을 되찾을 날을 손꼽는다.

'빨갱이' 아들 산해, 연탄 배달부 아버지를 돕는 상철, 방직공장에서 겁탈을 당할 뻔했다가 술집으로 흘러 든 숙자 등 캐릭터가 너무 뻔하다는 게 흠이다. 감초 연기로 흥을 돋구어야 할 조연진의 연기도 어수선하다. 에피소드와 대사도 참신한 맛이 떨어진다.

그래도 골목길을 위와 옆, 그리고 아래에서 자유자재로 누비며 70년대 풍경을 잡는 카메라 움직임은 역동적이다.

관객의 복고풍 감성을 건드리기 위해 70년대 풍경 재현에도 공을 들였다. 흰 연기를 내뿜는 방역 차량에서 나팔바지와 도끼 빗, 오란씨, 삼륜차, 선데이서울 등 소품들이 볼 만하다. 고고장에서는 도나 서머의 디스코 음악이 쏟아지고 혜은이와 최헌은 70년대 찬가를 부른다. 고상돈(등반가)과 홍수환(프로복서)의 카퍼레이드 장면도 나온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데도 장난스럽게 골목에서 뜀박질을 하는 배우들을 위에서 내려다본 촬영으로 마지막을 장식하기까지 영화는 줄기차게 70년대의 향수를 복원하는 데 최선을 다 한다. 사랑한다는 얘기를 바로 못해 에둘러가고, 오랫동안 뜸들인 키스 순간에 결국 풍기단속반에게 걸리고 마는 사랑의 풍속도도 70년대식이다. 28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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