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공사측이 경찰에 제출한 지하철 방화참사 당시 녹취록의 일부가 누락 및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으며, 더욱이 누락된 부분에는 종합사령실이 1080호 전동차 기관사 최상열(崔尙烈·38)씨에게 "마스컨 키를 뽑아 대피할 것"을 지시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대구경찰청은 24일 사고직후 지하철공사측으로부터 건네 받은 최씨와 종합사령실 운전사령간 녹취록의 일부가 누락된 사실을 밝혀내고 통신사령담당 한수덕(韓洙德)씨 등 관련자 3명을 소환,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특히 누락된 부분에서 사령실이 최씨에게 "차판(집전장치) 내려놓고 빨리 도망가. 차 죽이고 가야해"라고 지시한 사실을 새로 밝혀냈다. 마스컨 키를 뽑아 대피할 것을 사실상 명령한 것이다. 최씨는 그동안 경찰에서 "승객들이 모두 대피한 줄 알고 마스컨 키를 뽑아 대피했다"고 진술했었다.
경찰은 이와 관련, 기관사 최씨가 3차례에 걸쳐 작성한 경위서와 담당지도관이 작성한 최종 경위 보고서에 마스컨 키와 관련된 부분이 최씨가 작성한 첫번째와 세번째 경위서에는 삭제됐다가 두번째 경위서와 최종보고서에는 포함돼 경위서 조작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또 23일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무선교신 마그네틱 테이프원본에서 지하철공사측이 당초 없다고 했던 오전 9시55분 이전 녹음내용도 있었던 징후를 발견하고 테이프원본과 공사측이 제출한 폐쇄회로TV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제출, 정밀감식을 의뢰했다.
경찰은 기관사 최씨가 사고직후부터 경찰에 출동하기 까지 11시간 동안 공사직원 8,9명과 만나 경위서 등을 작성한 정황 등으로 미뤄 대구지하철공사 윤진태(尹鎭泰·63) 사장까지 개입된 조직적인 사건은폐 및 증거인멸시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이와 함께 대구지하철공사 종합사령팀 등 4곳에서 전동차구매계약서와 운행일지 등 20박스 분량의 서류를 압수, 1995년 전동차를 납품한 H사와 시공업체, 입찰에 관여한 대구시 등에 대한 수사도 착수했다.
경찰은 이날 방화 피의자 김대한(金大漢·56)씨를 현주건조물 등 방화치사상 혐의로, 최상열씨와 종합사령팀 직원·역무원 등 9명을 업무상 중과실 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병원에 입원 중인 방화범 김씨와 1079호 기관사 최정환(32)씨 등 3명에 대해서는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구=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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