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방화참사가 발생한 지 1주일이 됐지만, 아직도 정확한 사망·실종자를 알 수 없으니 이런 참담한 일이 어디 있나. 수사가 진전될수록 한심하고 어처구니없는 사실이 계속 드러나 분노가 커지고 있다. 특히 종합사령실이 화재경보음을 듣고도 평소 오작동이 잦았다는 이유로 무시했다는 대목에는 말문이 막힌다. 오작동이 잦았다면 그 자체도 문제인데, 이런 사람들을 믿고 지하철을 이용해 왔으니 그동안 무사했던 것만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다.구난체계가 엉망이었다면 수습이라도 제대로 했어야 할 텐데 현장은 물청소로 훼손되고 시신의 일부와 유류품은 제대로 분류되지 않은 채 쓰레기로 버려졌다.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는 상식을 지키지 않고 억울한 희생자들을 두 번 죽게 만든 일이다. 무지라기보다 현장 조작과 다름없다. 특별한 지시가 없어 대청소를 했다니 그런 지시를 할 만한 양식있는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이 부분은 서둘러 1차 감식만 하고 현장 보존을 당부하지 않은 경찰에도 책임이 있다. 유족들이 현장보존 가처분신청을 하고 시민들은 현장과 사고전동차를 영구보존해 교훈으로 삼자고 제안하는 데 대해 당국은 무어라 대답할 것인가.
공공업무 종사자들의 무지와 무감각, 대책본부와 감식반이 제 각각인 위기관리시스템은 이번에도 절망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처벌 받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다. 방화범과 기관사 등 10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됐지만, 통상적인 사고 수준의 처벌로 그쳐서는 안된다. 더 윗선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고의적 증거 인멸이나 초기 대응경위의 은폐 여부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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