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통령 취임식은 25일 오전11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權良淑) 여사가 전용차로 여의도 국회 의사당 앞 단상 오른편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취임식준비위는 당초 경축 분위기를 돋우는 화려한 행사들을 여럿 준비했지만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가 터지자 이를 상당부분 취소하고 최대한 장중하고 검소하게 치르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노 대통령은 행사장에 도착해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래머인 안철수(安哲秀)씨 등 국민 대표 8명과 함께 단상에 오른다. 취임식단은 대통령 문양인 봉황 대신 빨강 파랑의 태극 무늬로 이뤄진 신문고 모양의 취임식 휘장으로 장식했다.
개식 선언, 팝페라 가수 임형주(17)군의 애국가 등 국민의례, 국무총리의 식사 뒤 노 대통령은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취임 선서를 한다. 순간 21발의 예포와 4명의 테너 가수가 부르는 '희망의 나라로' 등 축가 소리가 여의도 상공으로 울려 퍼지며 분위기는 절정에 이른다.
이어 노 대통령은 27분 동안 '평화와 번영, 도약의 시대'라는 취임사를 통해 국정 비전을 제시한다. 취임사가 끝나면 명창 안숙선씨와 연합합창단의 합창 '우리가 원하는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연합무용단이 태극과 무궁화를 주제로 한 창작무로 새 대통령의 탄생을 축하한다. 노 대통령은 52분간의 취임식을 마치고 전직 대통령들의 환송을 받으며 서울시립 교향악단의 위풍당당 행진곡과 4만8,000여 참석자의 기립박수 속에 취임식장 중앙통로를 행진, 국회 정문 앞에서 전용차에 올라 청와대로 향한다. 여의도로 오기 전 노 대통령은 명륜동 자택을 출발, 동작동 국립묘지를 참배하며 국회 이동까지의 모든 장면이 멀티비전을 통해 취임식장에 생중계된다.
한편 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과거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한다. 대구 참사에 대한 애도의 뜻으로 시작되는 취임사에서 노 대통령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의 '친애하는 국민여러분'이나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여러분'이라는 말 대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는 표현을 쓴다. 또 '선언한다' 보다는 '약속한다', 단정적인 어투보다는 '최선을 다하겠다', '국민 여러분과 함께 노력하겠다'는 식의 어구를 넣었다고 한다. 취임사는 지난 달 20일부터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준비위원회(위원장 지명관·池明觀 한림대 교수)에서 마련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취임사는 권위보다는 겸손을 택했고 현란하기 보다는 내실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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