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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욕의 5년… DJ 어제 사저로 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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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욕의 5년… DJ 어제 사저로 퇴근

입력
2003.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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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국민의 정부 5년의 영광과 좌절을 뒤로 하고 일반 시민으로 되돌아갔다. 24일 청와대에서 마지막 집무를 마친 그는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와 함께 동교동 사저로 퇴근했다.김 대통령은 이날 표현하기 어려운 감회 속에서도 차분하게 청와대 생활을 정리했다. 국립묘지 참배와 국무회의 주재, 첸지천(錢其琛) 중국 부총리 접견 등 빠듯한 공식 일정들이 빈틈없이 처리됐다.

김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의 손을 잡고 "그 동안 수고 많았다"고 격려한 뒤 오찬을 함께 하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청와대를 찾은 권노갑(權魯甲) 전 의원 한화갑(韓和甲) 전 민주당 대표 등 동교동 비서출신 인사들에게도 일일이 노고를 치하했다.

김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퇴임사를 낭독하면서 간간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여야정권교체, 외환위기, 월드컵 등 다사다난했던 지난 5년을 차근차근 되돌아본 뒤 "국민 여러분의 태산 같은 은혜에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또 "험난한 정치생활 속에서 저로 인해 상처입고 마음 아파했던 분들에 대해선 충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정치적 화해를 통한 대승적 마무리를 잊지 않았다. 사형선고를 받았던 1980년 등 부침을 거듭했던 정치역정을 회고하면서 "역사를 믿는 사람에게는 패배가 없다"고 숙연히 말하기도 했다. 퇴임사를 읽어가는 그의 목소리는 내내 떨렸고, 자주 끊겼다.

김 대통령은 오후 5시 박지원(朴智元) 비서실장, 안주섭(安周燮) 경호실장 등의 수행을 받으며 총총이 청와대를 떠났다. 본관 앞에서 청와대 정문에 이르는 길에는 청와대 직원들이 도열해 김 대통령을 환송했고, 정문 앞 무궁화 동산에는 시민들이 나와 손을 흔들었다.

김 대통령과 이 여사를 태운 승용차가 동교동 사저에 들어서자 골목을 가득 메운 이웃주민 150여명이 일제히 태극기를 흔들며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연호하며 반갑게 맞았다. 김 대통령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사저로 들어서는 그의 뒷모습엔 당당함과 아쉬움이 겹쳐 있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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