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퇴한 남편과 미혼남매를 데리고 방이 셋인 20평 아파트에 사는 올해 환갑인 주부입니다. 영어학원 강사로 있는 성격이 다소 괴팍한 30세 딸과, 공무원시험준비를 하는 세 살 아래 아들과 다툼이 심합니다. 아들 말로는 누이가 직장만 끝나면 곧바로 귀가해 거실에서 한 대 뿐인 컴퓨터를 장시간 쓰거나 텔레비전을 크게 틀고 자정 넘어 까지 보다가 끄지 않고 자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한달 전 아들이 남편에게 따로 나가 하숙이나 자취를 하겠다 해서 야단을 친 모양인데, 그 뒤로는 가뜩이나 병약한 아이가 바짝 말라가고 통 말이 없어졌습니다. 어미로서 어찌해야 할까요? (서울 미아동 조씨)답>보통 가정이라면 자식들 다 결혼해 내보내고 부부만 단출하게 살겠지만 아직 그러시지 못하니 가슴이 답답하시겠습니다. 게다가 자식들 사이에, 그리고 남편과 아들 사이에 이중으로 끼어 이래저래 못하시는 본인 처지가 얼마나 화나시겠습니까? 그러나 문맥을 가만히 보면 아버지가 딸을, 어머니가 아들을 좀더 아끼는 분위기인 듯 하군요. 이런 현상은 요즈음 들어 대개의 집안이 다 그렇습니다. 심리용어로 오이디푸스현상이라 하지요.
과년한 따님은 학원강사라서 근무시간이 중고등학생들이 모이는 늦은 오후부터 저녁 늦게까지라 친구를 만나거나 이성교제가 쉽지 않은 불리한 상황에 있습니다. 성격이 원래 그런지는 모르나 인생에 일찍 실망하고 집안에서 짜증을 부리는 모양인데, 직업을 바꿔 보는 것도 해결책의 하나입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다른 식구가 자는데도 텔레비전을 크게 틀어 놓거나 끄지 않고 잠으로써 아드님을 골탕먹이는 행동입니다. 부모님도 주의를 주어야 할 상황입니다.
댁 바깥양반은 흔히 남자들이 은퇴하면 지도력과 경제능력 상실에서 오는 자격지심 때문에 쉽게 노여움을 타듯이 아드님이 '나가서 공부하겠다'고 하는 요청을 도전으로 받아드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편의 자격지심은 댁이 평소에 바깥양반을 음으로 양으로 격려해주면 좋아지실 것입니다. 늙어 자신이 없어진 남자는 아내가 자기보다 아들을 노골적으로 더 위해주면 샘을 내지요. 아드님도 문제가 있습니다. 아버님과 의논을 하거나 누나와 대화를 하는 가운데 어딘지 상대방을 긁었을 것입니다. 병약하다 하셨지만 뚜렷한 병명이 없다면 이는 어머님의 과잉보호에서 연유된 것은 아닌지요? 아드님을 차라리 집 밖의 독서실이나 도서관에서 공부하게 하고, 컴퓨터 한 대를 사주시지요.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 dycho@dyc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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