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24일 재벌 그룹의 부당 내부거래 및 배임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한 것은 'SK에 적용한 법률적 잣대라면 다른 그룹도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참여연대는 "검찰이 정치적 고려에 따라 표적 수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동일한 혐의 적용이 가능한 삼성, LG 등에 대한 수사도 늦추지 말아야 한다"며 직접 검찰을 압박하고 나섰다.
참여연대가 최우선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기업은 삼성. 이건희(李建熙) 회장의 장남 이재용(李在鎔) 삼성전자 상무 등이 1999년 당시 장외시장 거래가격의 15% 정도에 불과한 주당 7,150원의 행사가격에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 것은 경영진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99년 11월 BW 발행을 주도한 삼성SDS 경영진을 고발, 검찰이 무혐의 처분하자 헌법소원을 내 심리가 진행 중이다.
참여연대 김기식(金起式) 사무처장은 "장외시장에서 시가로 거래되는 주식이었다는 점에서 SK의 경우보다 관련자의 배임죄 입증이 더 쉬운 사안인데도 4년간 검찰이 수사를 피해왔다"고 지적했다.
LG석유화학 주식 내부거래 문제도 회사 보유 주식을 대주주 일가에게 저가에 매각했다는 점에서 SK처럼 배임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참여연대의 주장. 참여연대는 "99년 LG화학이 보유한 LG석유화학 지분 70%를 경영진과 대주주 친척들에게 정상 주가인 8,500원 보다 낮은 5,500원에 팔면서 회사에 823억여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민사상 손해배상을 촉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진행 중이다.
참여연대는 이밖에 지난해 3월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를 위해 한화(주), 한화석유화학, 한화유통 등이 상호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한 혐의가 있다며 지난해 10월 검찰에 고발했다. (주)두산이 99년 발행한 BW 의혹 부분은 24일 두산의 전량 소각 발표로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참여연대는 발행 과정의 의혹 규명을 촉구했고, 현대의 대북 비밀지원문제도 지배구조 문제나 주주 피해가 확인되면 고발 등 법률적 대응을 할 계획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SK그룹 수사와 다른 재벌간 형평성' 언급에 이어 참여연대가 다른 재벌 기업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서자 검찰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여러 재벌 중 SK만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번 건처럼 딱 떨어지는 배임혐의가 있으면 제발 알려달라"며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재용씨가 시중가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BW를 인수한 것은 SK의 부당 내부거래와 유사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다른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법적용도 시대정신에 따라 변하는 것"이라고 말해 간접적으로나마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LG석유화학의 주식 내부거래는 "민사소송이 진행중인 사안인 만큼 시급하지 않다"는 것이 검찰 입장. 그러나 형평성 논란을 의식, SK수사가 끝나면 다른 재벌로의 수사확대에 대한 입장 표명이 예상된다.
현재 서울지검 특수2부와 조사부는 삼성 이건희 회장 자녀들에 대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불법 발행 및 삼성 계열사간 부당 자금지원 의혹사건을 수사중이다. 또 SK그룹을 수사한 형사9부가 대한생명 인수를 위한 한화 계열사들의 분식회계 혐의 수사와 관련, 지난달 한화그룹 재무관계자를 소환 조사하는 등 기초작업을 마친 상태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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