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놀라게 하지 못할 거면 나타나지도 마라'고 했는데…." 17일 발매된 서태지(30)의 리레코딩 앨범 'Seotaiji 6th album re-recording and Etpfest live'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이다. '역시 서태지'라고 환호하는 일부 마니아를 제외하고는 '신곡도 없는 짜깁기 앨범'이라는 무관심한 분위기다. 서태지의 새 앨범마다 앞을 다투어 평을 내놓던 평론가들도 대부분 "아직 곡을 들어보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물론 이번 앨범이 신곡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것이긴 하지만 1990년대를 관통한 문화 총알이었던 '서태지'라는 이름이 지닌 폭발력이 이제는 상당히 수그러졌음을 반영하고 있다.이번 앨범은 2000년 발표한 6집 '울트라맨이야'를 다시 녹음한 CD와 지난해 10월 열린 '2002년 ETPFEST'의 공연실황을 담은 CD 등 2장으로 구성됐다. 제작에만 4억원이 들어 ETPFEST 공연에 들인 돈 30억원을 합하면 실제 제작비는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판매량은 13만여장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대박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서태지컴퍼니측은 "애초부터 서태지 마니아들만 사는 음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많이 팔리면 30만장 정도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열성 팬들은 사운드를 강화하고 일부 곡에 대해서는 재편곡을 시도한 이번 앨범에 대해 '환상적이다' '이제야 제대로 된 사운드로 서태지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됐다'고 열광하는 분위기다. 특히 '너에게'와 '컴백홈(리메이크)'은 강력한 사운드의 결정판이라고 평가한다. 서태지와 아이들 1집에 수록된 '환상속의 그대'와 '난 알아요'도 새로운 분위기로 바꿔 불렀다.
하지만 일반적 반응은 서늘하다. '일본에서 발매하려다가 잘 안 되니까 국내에서 음반을 낸 것 아니냐'는 해석에서부터 '사실 베스트 앨범 형식 아니냐' '컴백 앨범 낸 지 얼마나 됐다고 기존 노래 우려먹기 식 음반을 몇 억씩 들여서 내느냐' 는 등의 악평도 인터넷 게시판을 채우고 있다. 음악평론가 강헌씨도 "2000년대로 넘어 오면서 문화 아이콘으로서 서태지의 위상은 이미 많이 추락한 상태"라며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노래는 엄밀하게는 자신의 노래가 아닌데도 리레코딩해서 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서태지 스스로도 새로운 음악을 만들기보다 기존 노래의 완벽성을 추구하는 '개인적' 작업에 천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울트라맨이야'가 실린 솔로 2집에서 '하드코어 핌프록'을 도입해 메탈, 랩, 펑크 등이 결합한, 일반 대중이 듣기에 벅찬 음악을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마니아만을 위한 음악의 길로 들어섰다고도 할 수 있다. 사운드의 완성도를 높인 이번 앨범이나 2001년 발표한 '태지의 화' 비디오 중 '하여가'의 사운드가 다른 음악보다 2∼3dB 낮다는 이유로 출시된 비디오를 전부 리콜한 예에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팬들은 "서태지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지금 준비 중인 서태지의 신보에 또 다시 기대를 걸고 있다. 서태지가 가고 가요계는 빈사 상태를 맞았고, 10대 아이돌 스타가 난립한 상황에서 비록 서태지가 가진 실험성과 참신함은 사라졌다고 해도 아직 마땅한 대안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게 마니아들의 이야기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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