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인 손길승(孫吉丞) SK그룹 회장을 금명간 소환키로 23일 잠정 결정함에 따라 재계에 또 한번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이 이미 관련자 소환 조사 등을 통해 손 회장의 배임 등 공모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사법처리 수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서울지검 형사9부는 최근 관련자 소환 조사 과정에서 손 회장의 배임 공모 혐의에 대한 '반(半) 자백'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SK와 검찰 등에 따르면 최근 SK그룹 구조조정추진본부 고위 관계자는 검찰에서 "구조본은 직제상 그룹회장인 손 회장 직속으로 돼 있다"며 "그룹 차원의 중요문제를 해결할 때 구조본에서 해결방안을 손 회장과 최태원(崔泰源) SK(주) 회장에 보고한 뒤 손 회장 등의 지시를 받고 계열사에 협조요청을 한다"며 손 회장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검찰이 최 회장의 구속영장에 손 회장을 공모 피의자로 명시한 것도 사법처리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이다.
그러나 손 회장이 전경련 회장인데다가 이미 오너인 최 회장이 구속된 점 등을 고려할 때 검찰이 손 회장까지 구속하는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 관계자도 23일 "이제는 경제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언급,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혐의 등에 대한 '곁가지' 수사를 벌인 뒤 계열사 간부 1∼2명을 추가 구속하고 손 회장 등 6∼7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SK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나 삼성 등 다른 대기업으로의 수사범위 확대 여지도 있으나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이 낮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단 수사팀이 "비자금 장부를 입수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고, 경제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수사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 그러나 당장 한화그룹 분식회계 고발사건 수사가 진행중인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그룹 부당내부거래 여부에 대한 조사방침을 밝힌 상태라 언젠가는 검찰이 또 한번 칼을 뽑을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한편 최 회장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인 22일 오후 7시40분께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양복 차림의 최 회장은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으며 "비자금이 있느냐"는 등 질문에 일체 답변을 삼갔다. 최 회장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9시께 영장이 청구된 후 조사실에서 회사 관계자와 변호인 등을 만나 향후 회사 경영대책 등을 논의했으며 새벽까지 조사를 받은 탓에 간간이 간이침대에서 누워 수면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원명기자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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