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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의 스톡워치 / 증시의 四季 사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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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의 스톡워치 / 증시의 四季 사이클

입력
2003.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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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자라면 한 번은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일본의 유명한 애널리스트 우라가미 구니오가 쓴 '시세 사이클의 구분 방법'을 들 수 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요즘 누구나 흔히 쓰고 있는 금융장(유동성 장세), 실적장, 역금융장, 역실적장이라는 네 가지 장세의 구분법이 소개되고 있다.재미있는 것은 증시의 이같은 '사계절'을 따라다니는 애널리스트들의 어려움이다. 금융장은 경기가 나빠서 감히 누구도 증시의 상승 반전을 예측하기 힘든 시점에서 시작되며 사람들이 금융장이라고 떠들 때 대개는 끝난다. 실제로 기업실적으로 뒷받침이 되지 않으므로 애널리스트로서는 입증에 어려움이 많다. 그리고 금융장 끝에는 상승 분을 한번에 다 뺏어 가는 폭락 국면도 있게 마련이어서 상승을 뒤늦게 따라 외치다가는 바보되기 십상이다.

그 다음으로는 실적장이다. 실적장에서는 기업 실적이 호전되는 모습이 누구의 눈에도 쉽게 나타나므로 특별히 애널리스트만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밀물이 되면 모든 배가 다 뜬다"는 식으로 종목과 관계없이 수익률이 대체적으로 높고 따라서 애널리스트 말에 특별히 귀를 기울이지 않을 뿐 아니라 '천덕꾸러기' 종목일수록 잘 먹여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막판으로 갈수록 많아진다. 다음으로는 역금융장이다. 금융시장 저 편에서는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지만 실물경제에서 아직 실적 수치가 좋아서 모든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있는 판에 애널리스트로서는 현실 숫자에도 어긋나는 비관적 발언을 할 수가 없다. 대개는 즐거운 군중 사이에 섞여서 경쟁적으로 소리 높여 건배를 외치게 된다.

다음으로는 역실적장이다. 증시는 이미 엄청난 손실을 입었고 기업 실적은 누가 봐도 나쁘다. 여기서 나쁜 실적을 가지고 더 얘기를 해도 관심 있는 사람도 드물거니와 장세는 실적보다는 수급에 의해 움직이기 쉽다. 앞에서 계속 건배를 외치던 애널리스트들이 여기서는 입을 다물게 된다. 슬슬 영업하는 사람들 입에서 리서치 무용론이 나오고 돈 날린 투자자들의 원성의 대상이 된다. 또 리서치 부서는 다운 사이징의 대상이 된다.

"강세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고, 회의 속에서 자라나다, 낙관 속에서 성숙하며, 행복감 속에서 사라진다"는 월가의 투자 격언은 그래서 항상 쓴웃음을 짓게 한다. 그러고 보면 요즘의 비관 분위기가 그렇게 나쁘지 만은 않다는 느낌이다.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hunter@cjcyb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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