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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뒷얘기

입력
2003.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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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SK그룹 수사는 최태원(崔泰源) SK(주) 회장을 구속하기까지 불과 6일 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속전속결식으로 전개돼 드라마틱한 뒷이야기들을 많이 남겼다.이번 수사의 하이라이트는 첫 날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1차 압수수색. 17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사옥에 들이닥친 서울지검 형사9부 수사팀은 최 회장 집무실로 직행했다.

그룹 경영권 장악을 위한 주식 맞교환 과정에 최 회장이 직접 개입했음을 뒷받침하는 'Corp(SK(주)를 가리키는 내부 명칭) 주식 확보방안'이라는 비밀보고서가 이 방에서 나왔다. 특히 비밀보고서는 최 회장의 개인금고에 들어 있었으며, 여비서가 "열쇠가 없다"고 버티는 바람에 수사팀이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수사팀은 "비밀보고서가 없었다면 최 회장 구속을 낙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무실에서 압수한 '수사 대책' 등 문건도 범의(犯意)를 입증하는 자료로 활용됐다. SK측은 '비상시 행동대응 절차'라는 지침서를 통해 "검찰 출동시 비상연락망을 가동하고, 각종 서류를 치우는데 필요한 '10분'을 벌기 위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몸으로라도 저지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그러나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예상한 듯 이 같은 SK측의 '저항 과정' 등을 카메라에 담는 치밀함을 보였다.

수사결과 최 회장이 JP모건과의 이면계약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출연한 주식이 세법상 기준보다 2.7배나 부풀려진 것으로 밝혀진 부분도 눈길이 가는 대목.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이면계약건이 문제가 되자 SK C& C 주식 4만5,000주(264억원)와 SK증권 주식 808만주(126억원) 등 390억원 상당의 주식을 SK증권에 무상 증여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비상장사인 SK C&C 주식은 최 회장이 1994년 주당 400원에 물려받은 것이어서 주당 가치가 1,466배나 '뻥튀기'됐다는 게 고발인인 참여연대측 주장이었다. 검찰이 최 회장을 구속하면서 현행 세법을 기준으로 SK C&C 주가를 4만원 선으로 평가한 점을 감안해도 최 회장은 143억원의 출연액을 2.7배나 부풀려 발표한 셈.

수사팀 관계자는 "최 회장 측근들에게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할 말 없다. 오너의 사재 출연을 모양 좋게 하려고 그랬다'며 머쓱해 하더라"고 전했다.

경제 수사에 관한한 '드림팀'으로 떠오른 형사9부 수사팀은 조만간 해체될 전망이다. 수사 도중 평검사 정기인사가 나는 바람에 최 회장을 직접 조사했던 이석환(李錫煥) 검사는 금융감독원으로 파견될 예정이고, 한동훈(韓東勳) 검사는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 발령난 상태. 수사팀을 이끈 이인규(李仁圭) 부장과 차동언(車東彦) 부부장도 다음달 정기 인사에서 이동이 예상되고 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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