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만날 수 있다면 뭐든지 할 거에요. 엄마가 하라는 것 뭐든지 다 할게요. 우리 엄마 보고싶어요…." 하늘도 잔뜩 찌푸린 23일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입구. 하얀 국화를 손에 들고 지상 출입구에서 18m 아래 지하 3층 승강장까지 내려가던 시민들은 검게 그을린 벽과 기둥을 빼곡하게 채운 유가족들의 피맺힌 사연을 읽어내려가며 차마 발길을 떼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엄마 박정순(32·경북 영천시 화남면)씨를 잃고 하루 아침에 고아가 된 3남매의 맏이 엄수미(7·지곡초1)양은 엄마에게 보낸 편지에서 "보고싶고, 아주 섭섭하고, 엄마를 만나면 심부름도 잘 할거에요. 엄마를 하늘로 보낸 사람 없었으면 좋겠어요"라며 그리운 마음을 애절하게 전했다.
부녀가 나란히 쓴 편지 앞에는 저마다 손수건을 꺼내들고 흐느끼는 추모객들이 줄을 이었다. 실종된 이경희(58·여·대구 동구)씨의 딸 배민(27)씨는 "엄마, 사고 전날 같이 목욕갔다 왔잖아요. 목욕하고 임종하면 좋은 곳에 간대요. 부디 생로병사의 고통없는, 다시는 아픈 허리 때문에 고생하지 않는 곳으로 가시기 바랍니다"라며 어머니를 그렸다.
이씨의 남편(58)도 "당신에게. 여태껏 호강 한번 시켜주지 못하고…. 여보 저 세상 가서는 모든 걱정놓고 극락왕생하시오.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납시다. 당신의 남편이"라고 한맺힌 글을 남겼다. 실종된 아들을 찾는 김대율(부산 남구 대연동)씨는 "종석아 뼈라도 만져볼 수 있다면…. 지하철에 탄 너를 본 사람이 있다면 넋놓고 실컷 울어나 볼텐데…"라며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아픔을 전했다.
4명의 친구를 잃은 대구가톨릭대 체육과 학생들은 "너희들 모두 절대 떨어지지 말고 같이 다니고, 아프거나 상처받지 말고 정말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 기도할게…"라며 동료를 추모했다. 참사 현장에는 이밖에도 시민 수천명이 검게 탄 벽에 손가락으로 눌러쓴 조사들이 고인들의 넋을 달래고 있다.
/대구=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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