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이라크 문제 처리의 골격이 확정됐다.미국은 이라크 전쟁 후 이라크 반체체 인사들을 완전 배제시킨 채 미국 단독의 독점적인 과도정부를 수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정부가 전후 이라크 통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1∼22일 워싱턴 국방대학에서 '리허설(rehearsal)' 이라는 비밀회의를 갖고 이러한 내용의 최종안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의에는 국무부와 국방부 등 여러 부처에서 100여 명의 관리와 전문가가 참석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특히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 전후 재건과 이라크 정부 수립을 이끌 과도정부를 주지사나 대사 출신 민간인이 주도하도록 하고, 이라크전을 지휘하는 토미 프랭크스 중부사령관은 이 과도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군정(軍政) 책임을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방침은 유엔이나 다국적군이 공동 참여했던 과거 전후 복구 사례와 달리 미국이 전후 이라크를 완전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은 런던에서 활동하는 이라크 반체제 인사 연합체인 이라크민족회의(INC)에도 최근 "반체제 단체들이 과도정부를 구성하려 한다면 미국과의 관계는 단절된다"는 내용의 강력한 경고를 전달했다.
미국의 독점적 전후 처리 배경에는 아프가니스탄 전후 처리 과정에서 군벌들이 난립해 중앙정부의 통치력을 약화시켰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반체제 단체가 최근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지역에 배치된 것에 대해 미국측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종안은 또 전후 초기 단계에서 식량과 구호품은 미국이 제공하되 배급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맡도록 했다. 과도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인도적 지원은 제이 가너(64) 예비역 육군 중장이 맡는다. 이밖에 사상 검증을 거친 이라크군으로 '전후안정군'을 구성하고, 헌법 개정 등 사법체계 개혁을 담당할 이라크 위원회도 설치할 예정이다. 전후 복구 작업에는 다른 나라들도 참여할 수 있으나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할 것으로 알려져 외국의 참여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종안에 제시돼 있는, 반체제 인사 20∼25명으로 구성되는 '자문협의회' 도 실권은 전혀 없고 위원 임명을 미국 정부가 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 전후 통치안은 청사진일 뿐이며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전후 이라크통치안 내용
미국이 독점적이고 전면적인 통제권 장악
미국 민간인이 과도정부 운영
20∼25명의 이라크 반체제 인사로 '자문협의회' 설치. 미국이 직접 임명. 권한은 일절 부여치 않음
이라크 헌법 개정 담당할 '이라크 위원회' 설치
식량 원조는 미국이 주도하되 분배는 세계식량계획(WFP)이 담당
사상 검증을 통과한 이라크군으로 '전후안정군' 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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